정몽규, 축협 사유화 지속 부인했으나…
회장 취임 직후 HDC K상무 축협에 파견
파견 후 인사⋅총무⋅자금 등 사무 전권 행사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자신의 협회 사유화 의혹을 적극 부인하고 있는 것과 달리, HDC현대산업개발 임직원들이 축협 업무 전반에 깊숙이 관여해왔다는 정황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이번에는 정몽규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K씨가 HDC현대산업개발의 임원으로 재직 중임과 동시에 대한축구협회에 자문으로 파견돼 활동하며 업무 전반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18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현 HDC현대산업개발 임원 상무(보)인 K씨는 2013년부터 대한축구협회에 파견된 뒤 ‘자문’ 명목으로 계약을 맺고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자문료·교통비·업무추진비·통신비·기타 실비 등 금전적인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K씨는 HDC에서 월급도 11년간 수령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K씨는 정몽규 회장이 2011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취임 당시 HDC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 파견됐고, 이후 2013년 1월 정몽규 회장이 축협 회장으로 취임하자 같은 해 3월 대한프로축구연맹에서 축협으로 이동하는 등 정몽규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계약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의 상무(보)로 기업의 임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K씨는 현재 축구협회에서 행정지원팀장이라는 보직을 맡고 있는 상태다. 계약기간은 ‘2013년 3월 1일부터 파견 복귀시’까지로 적혀있다.
또 K씨의 자문에 대한 댓가 등이 담겨있는데 계약서에는 대한축구협회가 K씨에 지급해야할 보수로 ‘자문료·교통비·업무추진비·통신비·건강검진·하계휴가비·귀향비·특별격려금 등’이 명시돼 있다. 자문료의 경우 2018년 1월, 2023년 2월 ‘자문계약 변경 합의서’를 통해 두 차례 상향된 바 있다. 두 계약서 모두 결재자는 협회장인 정몽규 회장이었다.
아울러 계약서상 월급은 HDC가 지급하도록 적시돼 있다. K씨가 HDC 업무와 축협의 업무를 병행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K씨는 축구협회 발령 이후 두 차례에 걸처 승진을 했다. 발령 당시 HDC 경영기획팀 부장이던 K씨는 이후 2014년, 2018년 두 번의 승진을 거쳐 전략기획팀 상무보가 됐다.
배현진 의원실은 K씨에게 “축구협회 파견 동안에 HDC현대산업개발 일도 병행했느냐”고 질의했으나, K씨는 “HDC현대산업개발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이어 “HDC현대산업개발 업무가 전무하다면 업무평가 자체가 불가한데, 어떻게 두 번 승진할 수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K씨는 “챙겨준 것 같다”라고 했다.
K씨, 1년에 약 7000건에 달하는 대한축구협회 내부 서류 결재
K씨는 ‘경영지원 자문업무’를 위해 축구협회에 파견되었지만, 연 7000여 건에 달하는 축협 내부서류를 결재했다. 이는 자문이 아닌 축구협회의 사무 업무 전반에 개입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재한 서류들 또한 단순 ‘경영 자문’이 아닌 축구협회 내 민감 정보들을 포함하고 있는데, ‘대한축구협회 정관 변경 허가 신청(`24.02.15)’ ‘예산 변경 품의(`24.02.14)’ ‘징계 심의 결과 보고(`24.08.19)’ ‘인사위원회 결과보고’ 등의 자료가 그 대표적 예다.
대한축구협회는 K씨의 업무범위와 역할에 대한 배현진 의원실의 질의에 “인사·총무·회계·자금의 책임자”라고 답변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연 300억 규모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대한축구협회에 정몽규 회장이, HDC현대산업개발 즉 자신의 회사 임원을 파견해 인사·회계 등 사무 전반을 사실상 총괄하고 주유비·자문료 등 업추비 일체도 매달 지급받도록 하면서 대한축구협회를 마치 HDC의 사조직처럼 운영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축협이 지난 11년간 ‘정몽규 축구회’처럼 구축돼온 건 아닌지 국정감사를 통해 더욱 면밀히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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