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이태원 참사 대응과 관련해 기소된 경찰 간부 중 최고위직인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유가족들은 검찰에 항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는 전날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약 2년 만, 김 전 청장이 기소된 지 약 9개월 만이다.
앞서 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사고 위험성을 예견했음에도 지휘·감독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아 참사 당일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기소 당시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 류 전 과장과 정 전 팀장에 대해 각각 금고 3년, 금고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서울 세계 불꽃축제 경력 대비 등 경험, 경찰의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 등에 비춰볼 때 사고를 예견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문도 들지만 이것이 대규모 안전사고를 스스로 예측할 수 있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전 보고를 받고도 제대로 된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지적과 사고 발생 이후 혼잡 경비를 위한 경비 기동대 배치 등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김 전 청장에게 올라온 내부 보고 등의 내용을 감안할 때, ‘업무상 주의의무’를 어기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업무상 주의의무’의 경우,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재난 피해가 피고인 업무와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지, 재난 예방이 구체적으로 피고인 업무로 부여됐는지 등이 유무죄 판결의 쟁점이 된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과 재판에 넘겨진 류미진 서울경찰청 112상황관리관, 참사 당일 당직 근무자였던 정대경 전 112상황팀장 또한 무죄 판단을 내렸다.
현재까지는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금고 3년),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금고 2년), 박모 전 112상황팀장(금고 1년·집행유예 2년)이 피의자 중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은 처벌을 피하고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 2명만이 유죄를 판결받은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족들 역시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김 전 청장 등에 대한 선고 직후 논평문을 발표해 “책임 있는 자들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고 처벌받지 않는다면 참사는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참사의 책임자에 대한 합당하고도 엄중한 처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이는 국민이 사법에 부여한 막중한 역할”이라고 비판했다.
유족들은 1990년대 성수대교 붕괴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서 단계별 과실이 있는 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죄 공동정범으로 인정한 점 등을 들어 “이번 판결은 기존 사회적 참사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과 달리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아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즉시 수사를 보강해 항소해야 한다”며 “우리는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우리는 다시 법정에서 그리고 법정 밖에서 이들의 죄책이 인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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