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계기로
韓-나토 협력 수위 높아져
우크라戰 이후에도 협력 동력
이어갈 분야 많다는 평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인도·태평양과 유럽·대서양의 안보 연계성이 뚜렷해진 가운데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협력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현상 변경을 꾀하는 중국·러시아·북한 등의 모험주의를 억지하려면 규칙 기반 국제질서가 무너지지 않도록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이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카르멘 로메로 나토 정무안보정책부 안보정책국장은 17일 ‘한국-나토 협력’을 주제로 아산정책연구원과 브뤼셀자유대학 외교안보전략센터가 공동 개최한 포럼에 참석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 여파가 국제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진행됐다.
로메로 국장은 “러시아와 함께 수립한 규칙 기반 국제질서가 러시아에 의해 저해되고 있다”며 “나토는 공통의 가치에 입각해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해당 질서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나토가 인태 지역에 진출하려 한다는 보고서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나토는 유럽·대서양 안보에 집중하는 조약기구”라고 강조했다.
유럽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인태 지역에 관여는 하되, 본말이 전도된 접근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12년부터 이어져 온 한-나토의 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협력 범위와 깊이가 달라졌다. 한국의 직간접적 우크라이나 원조, 한국 무기체계의 유럽 진출 등이 강화된 협력관계를 상징한다는 평가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앞서 브리핑을 열고 “우리는 특히 혁신과 공급망, 방위산업 생산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며 “나토가 첨단 기술, 방위산업 생산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국이 지원하는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토는 한국과의 양자협력 외에도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태 4개 파트너국(IP4)과 소다자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는 사상 처음으로 IP4가 참여했다. 앞서 나토는 3년 연속으로 정상회의 및 외교장관 회의에 IP4를 초대한 바 있기도 하다.
美·나토 NPG…韓美 NCG
3자 논의 통해 확장억제
실효성 제고 모색할 필요성
일각에선 미국 대선 등 각종 불확실성으로 한-나토 협력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주제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로메로 국장은 “오늘날의 안보 도전과제는 국경 없는 과제”라며 “사이버 안보, 하이브리드 위협이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부상병 지원, 해상 안보, 신흥 기술, 인공지능(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 등과 관련한 대응을 (한국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유럽과 한국은 물론 미국 역시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겪었던 만큼, 향후 경제안보 측면에서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나토 회원국과 IP4는 모두 중국의 무역 무기화로 피해를 본 국가들”이라며 “(중국의) 경제적 강압은 사라지지 않을 문제다. ‘큰 시장’을 가진 중국에 홀로 대응하면 비대칭적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단위로 모이면 경제적 강압에 대한 레버리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은 “다른 중요 (협력) 분야는 우주”라며 “러시아와 중국이 우주 협력을 진행 중이다. 한국도 자체 우주개발 프로그램이 있고 미국과 협력하고 있다. (나토와의 협력은) 우주 평화·안정을 가져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원장은 미국과 함께 한국, 나토가 확장억제 관련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미국과 나토가 운용해 온 핵기획그룹(NPG)의 노하우를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적용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며 확장억제 실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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