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독서 열풍’이 불 기미인 가운데, 정부도 내년 예산 사업으로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싣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규모 ‘책 축제’를 처음으로 개최하는 한편, 지방 서점과 연계한 ‘북스테이’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책 구매와 관련된 일부 기존 사업이 없어지거나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간 것 등을 문제로 지적한다.
17일 기획재정부·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출판 사업 관련 예산은 460억원으로 확인됐다. 올해 예산(429억원) 대비 31억원 증액됐다.
◇ 내년도 출판 예산 460억원… 올해보다 31억 증액
출판 관련 예산 중 신규 사업 항목을 보면, 내년 문체부가 주관하는 ‘책 읽는 대한민국’ 행사 개최에 10억원이 편성됐다. 정부 주도로는 처음 개최하는 대규모 책 행사로, 서울국제도서전과 비슷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에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다.
앞서 지난 6월 말 닷새간 진행된 서울국제도서전은 약 15만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흥행했다’는 출판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국제도서전을 보고 책을 접할 큰 기회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며 “올해 연말~내년 초쯤 개최지·시기·내용 등이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가 이번에 새롭게 추진하는 예산 사업 중엔 지역 서점 활성화 사업도 있다. 이번에 11억원가량이 신규 편성됐다. 영세한 지역 서점과 중대형 서점을 매칭해 운영을 지원하고, 해당 서점이 있는 지역 내 책 읽는 환경을 조성해 보자는 의도다.
구체적으로 ‘북스테이’(book+homestay·지역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고 숙박까지 가능) 같은 형태의 서점이나, 인구 감소 지역 내 빈집을 점포로 활용하는 서점 등이 정부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숲속에 위치한 작은 독립 서점이자 책방 다락에서 하루 머물 수 있게 꾸며진 세종시 ‘단비책방’, 독서·필사 등을 함께 모여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인 제주시 ‘서점숙소’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 지자체 몫 되는 ‘독서 증진’ 사업… 출판계 “부족” 토로
하지만 출판계 일각에선 과거와 비교하면 이번 정부의 독서 관련 예산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2024년도 예산안부터 60억원 규모 ‘국민 독서 문화 증진 지원’ 예산 항목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점을 들어서다.
정부는 문제 된 기존 사업을 삭제하고, 중복되는 다른 사업과 통폐합 해 정비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해당 항목의 4분의1가량을 차지하던 ‘병영독서 활성화 지원’(약 15억원·군 입대부터 전역까지 체계적인 독서 기회를 제공하고 독서 지도를 통한 병영 문화 개선) 사업은 올해부로 삭제됐다. 일부 비영리단체가 해당 사업을 악용해 보조금을 빼돌린 사실이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돼, 수사까지 받게 되면서다.
청소년 독서 한마당 사업, 독서 문화 캠프 등의 지원 사업은 지방자치단체 몫으로 권한을 넘겼다. 독서 문화 증진 사업의 권한을 더욱 떠안게 된 지자체가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할지가 향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방 재정의 위기로 녹록지 않아 보이는 것은 우려 지점이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서 전국 공공도서관의 예산(지자체 지원) 추이를 비교해 본 결과 ‘2023년 결산’보다 ‘2024년 예산’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에서도 신규 도서 등 자료 구입비가 감소 중인 가운데, 도서관 1관당 장서 수가 2022년 9만9193권에서 지난해 9만7301권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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