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위한 전용 정책자금이 내년 신설된다. 우수 기술을 보유하고도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 예산안에 1000억원 규모 R&D 사업화 전용 융자 트랙을 편성했다. 최대 300개 중소기업이 시중은행보다 낮은 이율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융자사업 운영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맡는다.
중기부가 R&D 전용 융자 제도를 만든 것은 혁신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게 사업화까지 이어갈 성장 사다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간 중기부 R&D 지원과제 성공률은 평균 92.7%를 기록했지만, R&D 사업화 성공률은 50.2%에 그쳤다. 어렵게 기술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절반 가까운 기업이 매출 발생, 생산비 절감 등 실질적인 경영 성과를 창출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중소기업기술통계조사에서 기술개발 사업화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사업화 자금 부족’이 응답률 23%로 가장 많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기부는 시설·운전자금으로 활용하는 기존 개발기술사업화 융자와 별도로 R&D 전용 융자를 신설했다. 지원대상은 혁신성장분야 정부 R&D 과제 성공 판정 과제, 공인 기업부설연구소·연구개발전담부서 개발 기술, 특허·실용신안·저작권 등록 기술 등에 대해 사업화를 희망하는 기업이다. 중기부는 융자지원 기업이 R&D 사업화에 성공할 경우 별도 혜택을 부여할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R&D 사업으로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지원 방식을 다양화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기업 수요 맞춤형 운영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나눠먹기’ 오명을 탈피하고 기술 혁신을 이끄는 중소기업 R&D 모델로 나아가기 위한 숙제도 남아있다. 당초 중기부는 R&D 재원을 은행에 예치한 후 중소기업이 이 자금을 저리로 빌려 시제품 제작·사업화 단계 기술개발을 수행하는 융자형 R&D를 추진했지만, 예산 협의 과정에서 융자사업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원 성격과 사업 진행 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다.
해외의 경우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이 장기간 초저리로 자금을 대출해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융자형 R&D를 시행하고 있다. 중기부는 이를 참고해 R&D 지원에 대한 기업 책임을 높이는 방향을 설정했다.
이와 관련해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융자형 R&D 지원 근거를 담은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융자형 R&D 사업 마련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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