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글로벌 아트페어 싱가포르는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화라는 대담한 목표로 개최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부실 운영과 거짓된 약속으로 얼룩지며 참가자들의 큰 분노를 자아냈다. 최근 서울 중앙지방법원은 이와 관련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참가자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며, 주최 측의 준비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아트페어의 허술한 기획과 관리가 얼마나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2022 글로벌 아트페어 싱가포르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엑스포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으나, 현장에서 참가자들이 맞이한 것은 텅 빈 전시장이었다. 주최 측이 약속한 VIP 손님, 브루나이 왕족, 그리고 수많은 관람객은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전시 부스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참가자들은
전시 첫날부터 큰 차질을 빚었다. 이러한 미흡한 행사 운영으로 인해 일부 참가자들은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고, 결국 소송에 이르게 되었다.피해자들은 주최 측이 사전에 허위 광고를 통해 참가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광고에서 언급된 일일 방문객 40만 명과 브루나이 왕족 200명 참석이라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음이 드러났고, VIP 행사 또한 엉망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법원은 허위 광고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고, 오히려 주최 측의 행사 준비 미흡에 중점을 두고 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해 참가자들은 기대했던
전시 및 판매 기회를 사실상 잃어버렸고, 주최 측의 부실한 운영은 국제 무대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이에 대해 세종문화예술진흥협회의 김갑순 총감독은 “계획서는 어디까지나 [안]일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VIP 행사와 관련해서도 그는 “어떤 아트페어에서도 작품을 팔지 못한 갤러리가 많다”며, 첫날 VIP가 오지 않았더라도 “전시 기간 내에 방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가자들의 피해 주장에 대해 “판매와 손해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고수했다.
김 감독의 이러한 발언은 피해자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VIP 행사 실패와 마케팅 홍보 부실은 참가자들이 작품을 제대로 전시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했고, 이는 단순한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다. 행사를 준비하는 주최 측의 기본적인 신뢰성 결여와 프로페셔널리즘 부족은 명백한 책임 소재로 지적된다.
법원은 주최 측이 부스 설치 지연과 VIP 행사 미숙으로 인해 참가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참가자들에게 부스 사용료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항공비나 체류비와 같은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손해로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나머지 기간 동안 행사가 진행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이러한 비용은 직접적인 손해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복되는 문제, 글로벌 진출에 걸림돌
이번 소송은 단순한 손해배상 사건을 넘어,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리는 중대한 실책으로 기록될 것이다. 동일한 문제가 2회 연속 발생했다는 사실은, 주최 측의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성공적인 전시와 홍보를 위해서는 세심한 기획과 운영, 그리고 참가자와의 신뢰 형성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이번 사건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국 현대미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더 큰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아트페어 운영에 대한 체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단순한 행사 규모 확대가 아닌, 참가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한 운영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 미술의 글로벌 진출은 계속해서 미흡한 준비로 인해 발목이 잡히게 될 것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