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인공지능(AI) 열풍에 빅테크들이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AI와 데이터센터를 돌리기 위해서는 한 나라 전체에서 필요한 만큼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전세계 탄소 중립 달성이라는 목표 때문에 석유나 천연 가스 등 화석 연료의 사용은 쉽게 늘리기 어렵다.
에너지난의 해답으로 떠오른 게 원자력 에너지다. 원자력 발전(원전)은 사고가 났을 경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한때 외면받았으나, 탄소배출이 없고 잘 대비하고 다룬다면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으로 인해 최근엔 원전 수요가 높아졌다. 빅테크들은 원전 기업에 투자하고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에너지난에 대비하고 있다.
◇아마존, AI 전력 확보 위해 美 기업 세 곳과 SMR 개발 계약
1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미 버지니아주 에너지 기업인 도미니언 에너지와 소형 원자로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구동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도미니언은 이미 버지니아에 있는 아마존의 452개 데이터 센터에 약 3500메가와트(MW)의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데 이는 약 25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아마존은 이번 계약에서 기존 도미니언의 원전 인근에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300MW 이상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마존은 또 워싱턴주에 있는 공공 전력 공급 기업인 에너지 노스웨스트와 계약을 체결하고, 노스웨스트의 4개 SMR 건설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 원자로는 초기에 약 320MW의 전력을 생산하고, 이후에 총용량을 960MW로 늘릴 계획이다.
아마존은 앞서 지난 3월에는 탈렌 에너지와 전력 구매 계약도 체결한 바 있다. AWS 매트 가먼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는 탄소가 없는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앞으로 수십 년간 에너지를 생산할 새로운 원전 기술의 건설을 장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MS도 이미 투자하고 있는 SMR “오지에도 전력 공급 가능해 획기적”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다른 빅테크들도 원전 투자에 가세했다. 구글은 미국 스타트업 카이로스 파워가 향후 가동하는 SMR의 에너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은 앞으로 카이로스가 가동하는 6∼7개 원자로에서 총 500㎿의 전력을 구매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달 미국 원자력발전 1위 기업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데이터센터에 20년간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위해 콘스텔레이션은 1979년 3월 미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의 상업용 운전을 2028년 재개하기로 했다.
아마존을 비롯한 여러 빅테크들이 투자한 SMR은 발전량이 20~300㎿ 규모인 소형 원전을 말한다. 넓은 부지에 원자로·가압기·냉각재 펌프 등이 따로 설치돼있는 기존 원전과 달리 하나의 용기 안에 넣은 ‘모듈’ 형태로 제작돼 비용과 건설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또한 SMR은 대규모 냉각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만큼 바다 근처에 짓지 않아도 된다. 기존 원전이 전력을 조달하기 어려운 산지 등에도 SMR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최근 테크기업들은 부지 비용을 낮추고 주민 반발을 피하기 위해 오지에도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도 원전 에너지 확보에 나서는 등 테크 기업들이 AI 구동에 필요한 전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샘 올트먼 챗GPT CEO가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오클로(Oklo)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첫 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