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60)이 17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참사 발생 719일 만의 1심 판결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권성수 부장판사)는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류미진 당시 서울청 112상황관리관 총경과 정모 전 112상황3팀장 경정에게도 무죄가 내려졌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예견하거나 대비할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전 청장이 핼러윈 축제 전 서울청 내 부서장과 경찰서장에게 점검과 대책 마련을 지시한 점을 언급하며 그 지시가 비현실적이거나 추상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장의 전화 보고를 받은 직후 서울청 경비과장에게 가용 부대 급파 지시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그의 과실로 사건이 확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 류 전 과장과 정 전 팀장에 대해선 각각 금고 3년과 금고 2년 6개월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이태원 참사 관리 부실 대응에 대한 법적 책임은 현장 경찰만 지게 됐다.
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데이 인파 사고 위험성을 예견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사상자 수를 키운 혐의로 기소됐으며, 올해 6월 징계(정직) 후 사직 처리됐다.
검찰은 류 전 총경과 정 전 경장이 112 신고 접수 후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으나,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
유가족들은 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검찰에 항소를 촉구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김 전 청장 등에 대한 선고 직후 낸 논평에서 “사법의 역할을 저버린 기만적 판결”이라며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가족협의회는 “재난 예방과 대응의 책무를 방기해 159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주요 책임자들에 대해 죄를 물어야 함에도 법원은 면죄부를 줬다”며 “법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공직자로서의 책무가 얼마나 무거운지 숙고하고 이를 국가책임자와 사회구성원에게 일깨워 줄 기회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유가족협의회는 “검찰의 부실 수사와 법원의 소극적 법 해석으로 참사의 책임자 처벌은 지연됐고 피해자 권리는 또 한 번 침해당했다”며 “검찰은 즉시 수사를 보강해 항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책임자를 처벌하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을 엄벌하라’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