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참 정책홍보자문위원으로서 판문점 견학을 다녀오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9일 갑작스러운 조선중앙통신 보도문을 통해 “대한민국과 연결된 북한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고 밝혔다.
우리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총참모부 보도에 대한 우리 군의 입장’을 통해 “일방적 현상 변경을 기도하는 북한의 어떠한 행동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력한 대응 의지를 표명했다.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를 두고 대치해 왔던 남북의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의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듯하다.
지난 9월 마지막 주, 합참 정책홍보자문위원의 일원으로 판문점을 다녀왔다. 합참이 계획을 수립하여 국방 안보 관련 교수 및 전문가 등 자문위원들에게 안보 현장을 견학하는 프로그램인데, 군대를 떠난 예비역 입장에서 최전선 안보 현장을 다시 찾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긴장감과 설렘이 있었다.
판문점은 6·25전쟁 당시 정전 협상이 진행된 곳으로 남북 군사적 대결과 분단의 상징이다. 현재 비무장지대의 군사 분계 선상에 있는 구역으로 동서 800m 남북 600m 크기이다. 2023년 7월 18일 미군 병사 월북 이후 일반인들의 판문점 견학은 잠정 중단되어 있지만, 유엔군사령부가 다행스럽게도 합참 자문위원들의 견학을 허용했다.
개인적으로 판문점에 대한 실질적 기억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였던 ‘남북한의 도로․철도 연결’을 위하여 남북한 장성급 회담이 열렸는데, 당시 국방부 기자단의 현장취재를 안내하기 위해 판문점 평화의 집을 방문했었다. 하루 종일 남북 장성들이 회담을 진행했었는데, 회담장 외부에서는 북한의 기자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어렵게 연결했던 도로와 철로를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
서울에서 약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가을하늘 배경의 판문점은 너무도 청명했다. 멀리 개성공단 건물들이 선명하게 보였고, 예전과 다름없이 우리 대성동마을 태극기의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이 북한 선전마을 기정동의 인공기와 대비되었다.
판문점 경비대대의 ‘총명한’ 군인 안내를 받아서 판문점 역사관을 비롯하여 ‘돌아오지 않는 다리’ ‘8.18 도끼만행 사건 현장’ 등 여러 곳을 둘러보았다. 판문점 자유의 집, 남북 경계선에 걸쳐있는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등 여러 건물은 예전 그대로였다.
자유의 집 옥상에서 북측 건물을 바라보았는데, 경비병 1명이 외곽에서 우리들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있었다. 물론 10여 년 전 북한이 설치한 언덕 위 감시탑의 CCTV로도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판문점 너머의 북쪽 모습은 풍경화 같았지만, 문득 저 하늘로 오물 풍선이 날아오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어이없고 황당하다. 북한이 지난 5월부터 총 6천여 개의 오물 풍선을 우리 지역으로 보냈는데, 요즘은 발열 타이머뿐만 아니라 GPS도 설치되어있다고 한다.
공중에 떠 있는 풍선을 직사화기로 사격하여 속 시원하게 추락시키거나 또는 드론 등 장비를 이용하여 오물 풍선 자체를 최전방 지역에서 포획하면 좋겠지만, 정전협정 준수와 주민들의 피해 우려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현재는 안전하게 수거하는 방식을 차선으로 선택하고 있다.
불가피한 아쉬움이 있지만, 아마도 대한민국 합참이 현 상황에 대하여 고뇌하면서 최상의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엄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믿고 응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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