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관찰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에 나섰던 러시아 남성이 2개월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그와 함께 있던 형제와 조카는 모두 숨지고 홀로 생존했다.
15일(현지 시각) 리아 노보스티 · 모스코바 타임즈 등에 따르면 미하일 피추긴(46)은 지난 8월 4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동쪽으로 약 6000km 떨어진 하바롭스크 지역 오호츠크해 연안에서 고래를 관찰하기 위해 고무배를 타고 인근 샨타르 섬으로 향했다.
당시 그의 배에는 형인 세르게이(49)와 조카 일리아(15)가 함께 탑승해 있었다. 세 사람은 섬 인근 바다를 돌아다니며 고래를 관찰한 뒤 닷새 뒤인 9일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세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그대로 길을 잃고 바다에 표류하게 됐다. 당시 배에는 2주치 식량밖에 없었기 때문에 피추긴은 발견 당시 몸무게가 50kg밖에 나가지 않는 앙상한 상태였다. 그의 원래 체중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의 아내가 실종 신고를 하면서 수색을 위해 헬리콥터가 동원되기도 했지만 그들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러시아 극동 캄차카 반도 연안의 오호츠크해를 지나던 어선이 발견해 피추긴은 67일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발견 당시에 피추긴만 간신히 생존해 있었고, 그의 형과 조카는 모두 숨져있었다.
현지 검찰이 게시한 영상에는 수염을 기른 피추긴이 구명조끼를 입은 어부들에게 구조되며 “힘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배가 발견된 장소는 당초 목적지에서 약 1000km 떨어진 곳이었다. 러시아 어업 관계자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추운 오호츠크해에서 그가 살아남은 이유가 생선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지만, 실제로 그가 낚시로 식량을 조달했는지, 그의 형과 조카가 숨진 이유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피추긴은 현재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그를 담당한 의사들은 그의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현지 검찰은 당시 피추긴 가족이 탑승했던 소형 보트를 조사하고 사건 정황을 파악해 형사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