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이 당무감사위원회를 열고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명 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김건희 여사와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폭로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당 차원의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여당 내에선 당무감사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상충된 의견이 나왔다. 명 씨를 중심으로 한 의혹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대통령실이 의혹을 해소하지 않고 있어 여권의 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출구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 법적 문제 있으면 수사기관에 고발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 중 당무감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사무총장은 명 씨가 현재 일반당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무감사 결과에 따라 당내 징계 또는 형사고발을 생각하고 있냐’는 질문에 “(명 씨가)정치할 것도 아닌데 징계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징계는 징계대로 하고 법적 문제가 있다고 하면 수사기관에 고발할 것”이라고 답했다.
서 사무총장은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의혹이) 나왔는데 ‘그게 어떻게 유출됐을까’라는 게 제일 핵심”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날(15일) 회계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한국연구소나 PNR하고 공식적으로 계약 맺어서 돈을 지불한 사람은 없었다”며 “그렇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는데 지출을 안 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어 확인해 봐야 한다”고 했다.
앞서 노 의원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제 운영자로 알려진 명 씨가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의원과 당원 56만 8,000여 명의 전화번호를 입수해 이들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대세론 등을 유포하는 데 쓰였다면 불법적인 방식으로 실시된 조사 결과를 활용해 여론을 조작하고 경선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친 ‘범죄’로 규정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힘 측에는 당원 정보 유출과 여론조사에 대해 무상 조사가 아니었음을 밝히고 진상규명에 나서라고 촉구한 바 있다. 노 의원의 지적대로 국민의힘에서 실제 당무감사에 나선 것이다.
이에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 “노 의원님이 공개한 당원 명부를 보면 모든 전화번호가 0503으로 시작한다”며 “공개하신 명단은 문제가 없는 명단이고 당에서 유출된 것이 아니라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 측에 공히 제공된 것”이라고 했다.
당원 명부 유출과 관련해 이 의원의 해명이 나왔지만 명 씨가 이에 대해 홍준표 시장 쪽 인사에게 의뢰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홍 시장과 명 씨는 공방을 주고받았다. 명 씨는 지난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원명부 유출 논란과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 쪽에서 캠프와 관련 있는 사람이 의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은 명 씨와 윤석열 대통령이 특수관계를 가지고 실제 ‘여론조작’이 행해졌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같은 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명 씨가 운영하는 PNR에서 윤 후보 측에 붙어 여론조작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명 씨가 홍 시장과의 관계에 대해 협박성 페이스북 글을 게시하며 응수했고, 홍 시장은 명 씨는 당시 윤 후보 측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이며 당원 명부 외부 유출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다만 이에 연루된 최 모 씨에 대해선 자비로 명 씨를 통해 여론조사를 했다고 해 대구시 공무원직 사표를 받았음을 밝히기도 했다.
‘당원 명부 유출’에 대한 진실 공방이 길어지면서 폭로전으로 치닫자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더 이상 선거부로커의 거짓말에 대응 하지 않겠다”며 “고소나 고발도 하지 않는다. 이런 자와 엮여 사법 절차에 얽매이는 것도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라고 했다. 소모적인 공방이 계속되며 불리한 내용들이 명 씨를 통해 드러나자 공방을 그만두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명 씨에게 당원 명부가 흘러 들어간 것이 밝혀진 만큼 국민의힘은 명 씨의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권 내부에서 야권의 공세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이 나서서 당무감사를 진행하고 수사 의뢰를 한다는 것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한 대표 측은 대통령실의 해명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의 해명이라는 ‘극약처방’을 쓰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무감사가 윤 대통령에 악재가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냐’는 질문에 “한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와 연관돼 있는 건 없다. 김 여사, 홍 시장, 윤 대통령 등이 연관돼 있는데 만약 본인들이 억울하면 직접 해명을 해야 하는데 공중전만 한다”며 “한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과 아무 관계가 없어 끝을 보자고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 입장에서도 본인도 모르는 일을 자꾸 해명하라고 하니 진실이 알고 싶으면 깔끔하게 조사하자는 것”이라며 “무슨 게이트화 되니 당이라도 지켜야 하니 진짜 진실이 밝혀질 수 밖에 없도록 극약처방을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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