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주로 고위공직자와 공공기관 및 기업 등을 대상으로 날선 질의와 추궁이 이뤄지는 국회 국정감사에 사상 처음으로 걸그룹 멤버가 등장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뉴진스의 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을 증언하며 눈물까지 보인 것이다. 하이브에서 불거진 불미스런 파문이 수습은커녕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 국감에 걸그룹 멤버가? 눈물까지 보인 하니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선 아주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참고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주로 고위공직자와 공공기관 및 기업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국감에 걸그룹 멤버가 등장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이날 국감장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많은 취재진이 몰려든 것은 물론 국회의원들까지 하니의 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잇단 중대재해 사망사고로 증인 출석한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은 하니와 웃으며 셀카를 찍었다가 거센 비판을 마주하기도 했다.
걸그룹 멤버의 국감 참고인 출석을 낳은 사유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다름 아닌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 뉴진스는 올해 불거진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전 대표 간 갈등의 중심에 서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하니는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의 질의를 통해 조금은 서툰 한국말로 참고인 출석을 결정한 이유를 밝히며 입을 뗐다. 앞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밝힌 바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을 재차 언급하며 “왜 이 일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이 문제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오늘 여기에 나오지 않으면, 조용히 넘어가고 또 묻히리라는 것을 아니까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데뷔 초반부터 어떤 높은 분을 많이 마주쳤는데,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으셨다. 인사를 안 받으신 것은 직업을 떠나서 인간으로서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다”거나 “회사 내에서 느껴온 분위기가 있다. 말하기 애매해서 누군가에게 말하기 어려운데, 당한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이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한 소속사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저희를 지키고 싶었으면 사과하거나 액션을 취해야 한다. 미래를 이야기하기 전에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고, “서로 인간으로 존중하면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은 없지 않겠나. 죄송한 분들은 숨길 게 없으면 당당하게 나오셔야 하는데 자꾸 이런 자리를 피하시니 너무 답답하다”고 말할 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 김주영 어도어 대표는 “아쉽게도 지금 내부적으로 파악한 관계로서는 서로 간에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시 어도어 사내이사로서 취할 있는 다양한 조치는 다 했다고 생각하지만 하니 씨가 이런 심정을 갖고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으로 보아 제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하니의 국감 출석으로 이어진 하이브의 내부 갈등은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6개월에 지나고 있으나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국감장에서까지 다뤄지는 등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하이브 경영진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뉴진스가 민희진 전 대표를 지지하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어 갈등이 더욱 장기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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