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지역 이슈 덮는 여의도 정치권의 ‘말말말’

미디어오늘 조회수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월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형법 제98조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한 뒤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월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형법 제98조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한 뒤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 시절 부모님 차 뒷자석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 서행하던 그때, 이륜차 잔해가 차로 위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 아마 태어나서 처음 이륜차 사고 현장을 목격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화들짝 놀라 조수석에 앉아 있던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오늘 9시 뉴스에 나오겠어요.”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모든 사고가 뉴스에 나오는 건 아니란다.”

아홉 살 남짓했던 그때, 모든 사건·사고가 TV 뉴스에 나오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론은 세상사를 취사선택해서 기록한다. 뉴스에서 다루지 않는 사건은 우리 일상에서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은 불기소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언론이 무엇을 기사화하지 않는지도 사실은 중요하게 감시해야 할 부분이다.

지역 기자 처지에서는 여의도 정치권의 ‘말말말’이 지역 이슈를 덮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지역 기자 동료들은 “정치 보도 과잉”이라고 자주 푸념한다. 서울에서 벌어지는 여의도 정치권 이야기는 지방 사람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서울 언론사들은 서울 정치에 몰두하고, 서울 중심의 여론을 만들어 간다. 서울 정치인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뉴스로 도배되니 지방 사람들은 “이게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 십상이다.

보도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받아쓰기다.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충실하게 받아 적는다. 그에 대한 리액션 또한 기사가 된다. 공방, 신경전, 논란, 설전, 저격 등으로 포장되는 기사류다. 둘째는 자의적 해석이다. 기사의 도입부에 주로 등장하는 ‘포석’, ‘형국’, ‘모양새’ 같은 단어는 기자의 해석이 들어간 기사라는 신호다. 기자가 자기 주관을 담아 해석한 기사를 마치 객관적 분석인 양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보도들은 여의도 정치판 시나리오를 풍성하게 하는 데 일조한다. 계파를 만들거나 갈등을 중계하고 해석하는 보도에 정치 뉴스 초심자가 끼어들 틈은 매우 좁을 터.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이와 같은 뉴스에 피로감을 느끼고, 정치로부터 더 멀어지게 된다. 특히 지역에서는 서울 중심의 정치 뉴스가 자신들과는 전혀 무관한 문제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서울 중심의 정치 보도는 지역 정치의 서울 종속화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지역 정치인들은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서울 정치인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물론 서울 정치권에 얽매인 공천 시스템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선후를 따져볼 문제다. 서울 정치권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언론 보도가 기존 시스템을 더욱 공고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문제의 이면에는 일명 꾸미방 관행이 있다. 꾸미방은 여러 언론사의 정치부 기자들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카카오톡 채팅방이다. 이 방에서는 각 기자가 취재한 내용이 빠르게 공유된다. 국회의원이나 보좌진들과의 일정도 함께 공유하며 움직인다. 이 같은 집단 취재 체계는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그래서 중소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은 이 꾸미방에 속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시각이나 깊이 있는 분석보다는 단순한 중계식 보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늘 따라다닌다. 더구나 정보가 독점적으로 유통되고, 그 속에서 형성되는 친밀감은 언론의 비판 기능을 약화하고 정치권과의 공생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도 있다.

언론이 무엇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감시하는 것 만큼 언론이 무엇을 보도하지 않는지 따져보는 일도 중요하다. 사회가 하루 동안 소화할 수 있는 담론은 한정돼 있다. 서울 정치인의 말말말은 비수도권 지역민에게 얼마나 중요할까? 혹시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한 것처럼 다루는 것은 아닐까? 서울 정치인들의 말을 성실히 옮기고 해석함으로써 되레 지역민을 정치로부터 더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미디어오늘
content@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뉴스] 랭킹 뉴스

  • 국제자매도시 일본 오미하치만시, ‘밀양아리랑마라톤대회’ 참가
  • ‘뉴토피아’ 홍서희,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
  • 김윤철 합천군수, "전국 최초∙최대 쌍둥이 양수발전소 유치 이뤄낼 것"
  •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김영은·김지평·언메이크랩·임영주
  • ‘삶의 만족도’ 4년 만 하락… ‘자살률’은 9년 만 최고 수치
  • 한국의 군사력, 세계 5위의 진실은?...해군 첫 8200t급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F-35A 등 눈길

[뉴스] 공감 뉴스

  • 한국의 군사력, 세계 5위의 진실은?...해군 첫 8200t급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F-35A 등 눈길
  • 초교부터 대학까지 ‘학령인구 감소’ 위기…“교육정책, 변화 따라가야”
  • 용산구, 직원 복지증진·육아 친화적인 제도 마련
  • '보수 논객' 정규재가 말한 최종변론 앞 둔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 내 뇌랑 뉴런 공유하는 기분이다
  • 이미재 용산구의원 “개인정보 보호 강화 위한 조례 제정해야”
  • <엄효식의 밀컴> 200만 예비군과 K9 자주포

당신을 위한 인기글

  • “람보르기니보다 빠른 아우디?” 640마력 RS Q8 퍼포먼스로 판매 부진 이겨낼까?
  • “사자마자 구형된 내 차” 싸서 샀더니 뒤통수 맞는 중국차 근황
  • “전기 VS 디젤 픽업” 무쏘 EV와 타스만, 국내 픽업 트럭 강자가 될 자는 누구인가?
  • “3천만 원으로 스포티지 잡는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예비 오너들 사로잡는 사양 공개
  • “한남동 건물 60억 세금 추징” 이하늬의 1억 원대 벤츠 AMG, 탈세 의혹에 눈길
  • “이건 진짜 선 넘었지” 4기통에 1억 5천 받는 벤츠 오픈카
  • “월 50만원에 5시리즈 오너된다!” 국산차만큼 저렴해진 수입차 근황
  • “코란도가 이렇게 나와야지” 아빠들 지갑 싹 털릴 터프한 SUV 공개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한국이 대만에 패한 건 비극 아니다” 대만의 자아도취…현실은 스페인·니카라과에 완패 ‘WBC행 불발 위기’[MD타이난]

    스포츠 

  • 2
    "작년에 잘했으니, 올해 더 보여줘야지" 22살 165cm 내야수의 다짐…부상만 없다면, 3할타자&도루왕에 도전한다

    스포츠 

  • 3
    아스널 떠난 22살 MF “내가 하이힐 신어서 팀에 해 끼친게 뭐 있냐”항변…18살 때 성인팀 데뷔→‘독특한 패션 통해 자신 표현’→동료들‘색안경’→결국 이적

    스포츠 

  • 4
    손흥민 어시스트 받고 멀티골…브레넌 존슨 "항상 믿음 가지고 있었다"

    스포츠 

  • 5
    구래동삼겹살 맛있는 인생화로

    여행맛집 

[뉴스] 인기 뉴스

  • 국제자매도시 일본 오미하치만시, ‘밀양아리랑마라톤대회’ 참가
  • ‘뉴토피아’ 홍서희,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
  • 김윤철 합천군수, "전국 최초∙최대 쌍둥이 양수발전소 유치 이뤄낼 것"
  •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김영은·김지평·언메이크랩·임영주
  • ‘삶의 만족도’ 4년 만 하락… ‘자살률’은 9년 만 최고 수치
  • 한국의 군사력, 세계 5위의 진실은?...해군 첫 8200t급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F-35A 등 눈길

지금 뜨는 뉴스

  • 1
    아이유, 박보검·변우석과 로맨스…6년만 복귀도 화려하게 [MD피플]

    연예 

  • 2
    "자신감 회복한 손흥민, 날카로움 되찾았다"…리버풀 레전드도 극찬

    스포츠 

  • 3
    “외부 판매 확대”…현대케피코, 초급속 충전기 B2B 개시

    차·테크 

  • 4
    다시 살 필요 없다… 무뎌진 가위 날 '이것'만 있으면 새것처럼 변합니다

    여행맛집 

  • 5
    차두리 , 프로 데뷔전에서 첫 승점 획득 실패...아쉬운 패배

    연예 

[뉴스] 추천 뉴스

  • 한국의 군사력, 세계 5위의 진실은?...해군 첫 8200t급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F-35A 등 눈길
  • 초교부터 대학까지 ‘학령인구 감소’ 위기…“교육정책, 변화 따라가야”
  • 용산구, 직원 복지증진·육아 친화적인 제도 마련
  • '보수 논객' 정규재가 말한 최종변론 앞 둔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 내 뇌랑 뉴런 공유하는 기분이다
  • 이미재 용산구의원 “개인정보 보호 강화 위한 조례 제정해야”
  • <엄효식의 밀컴> 200만 예비군과 K9 자주포

당신을 위한 인기글

  • “람보르기니보다 빠른 아우디?” 640마력 RS Q8 퍼포먼스로 판매 부진 이겨낼까?
  • “사자마자 구형된 내 차” 싸서 샀더니 뒤통수 맞는 중국차 근황
  • “전기 VS 디젤 픽업” 무쏘 EV와 타스만, 국내 픽업 트럭 강자가 될 자는 누구인가?
  • “3천만 원으로 스포티지 잡는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예비 오너들 사로잡는 사양 공개
  • “한남동 건물 60억 세금 추징” 이하늬의 1억 원대 벤츠 AMG, 탈세 의혹에 눈길
  • “이건 진짜 선 넘었지” 4기통에 1억 5천 받는 벤츠 오픈카
  • “월 50만원에 5시리즈 오너된다!” 국산차만큼 저렴해진 수입차 근황
  • “코란도가 이렇게 나와야지” 아빠들 지갑 싹 털릴 터프한 SUV 공개

추천 뉴스

  • 1
    “한국이 대만에 패한 건 비극 아니다” 대만의 자아도취…현실은 스페인·니카라과에 완패 ‘WBC행 불발 위기’[MD타이난]

    스포츠 

  • 2
    "작년에 잘했으니, 올해 더 보여줘야지" 22살 165cm 내야수의 다짐…부상만 없다면, 3할타자&도루왕에 도전한다

    스포츠 

  • 3
    아스널 떠난 22살 MF “내가 하이힐 신어서 팀에 해 끼친게 뭐 있냐”항변…18살 때 성인팀 데뷔→‘독특한 패션 통해 자신 표현’→동료들‘색안경’→결국 이적

    스포츠 

  • 4
    손흥민 어시스트 받고 멀티골…브레넌 존슨 "항상 믿음 가지고 있었다"

    스포츠 

  • 5
    구래동삼겹살 맛있는 인생화로

    여행맛집 

지금 뜨는 뉴스

  • 1
    아이유, 박보검·변우석과 로맨스…6년만 복귀도 화려하게 [MD피플]

    연예 

  • 2
    "자신감 회복한 손흥민, 날카로움 되찾았다"…리버풀 레전드도 극찬

    스포츠 

  • 3
    “외부 판매 확대”…현대케피코, 초급속 충전기 B2B 개시

    차·테크 

  • 4
    다시 살 필요 없다… 무뎌진 가위 날 '이것'만 있으면 새것처럼 변합니다

    여행맛집 

  • 5
    차두리 , 프로 데뷔전에서 첫 승점 획득 실패...아쉬운 패배

    연예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