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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금도(襟度) 발휘해야 한동훈과 대화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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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했던 정권 상실의 후유증

무슨 배짱으로 감정싸움인가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없었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윤석열 정권이 위기에 처했다면 그 까닭은 집권세력 내부에서 잉태되고 자라났다고 보는 게 옳다. 민심을 원망해봐야 도움이 안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난한다고(물론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해소될 문제도 아니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위기는 파국으로 이어진다.

보수적 이념지향을 가진 국민들과 이를 모토로 내건 정치세력은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직전에 절벽 밖으로 뻗어 나온 나무뿌리(윤 대통령) 하나를 잡고 겨우 궤멸을 면할 수 있었다. 재임 중의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으로 밀려나고, 특별검사의 수사로 총 3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여파는 당시 집권세력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그 이전에 정권 붕괴의 조짐은 거듭 나타났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과반의석인 152석을 확보했던 새누리당이 20대 총선(2016년)에서는 122석을 얻는데 그쳤다. 반면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을 확보함으로써 ‘역사적’ 승리를 거뒀다. 4·19로 자유당이 폭망했던 제5대 총선(1960년 7월)의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면 집권 보수정당으로서는 최초의 뼈아픈 패배였다. 제6공화국 들어 실시된 제13대 총선(1988년 4월)에서 처음으로 여소야대(與小野大) 의석구도가 형성되었지만 제1당의 지위는 유지했다.

참담했던 정권 상실의 후유증

박근혜 정권이 붕괴(2017년 3월 10일)되는 과정에서 집권 새누리당은 분당사태에 직면했다. 정권 상실의 후유증은 참담했다. 박 전 대통령은 파면당하기 무섭게 검찰에 끌려가서 ‘국정농단’이라는 혐의에 대해 수사를 받아야 했다. 기소된 후엔 매주 3~4회나 되는 살인적 재판 일정에 내몰렸고 총 3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살아서는 교도소 문을 나설 생각을 말라는 뜻이었다.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바른미래당→새로운보수당)으로 갈렸다가 제21대 총선을 목전에 두고 미래통합당(2020년 2월)으로 다시 합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해 4월 실시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그야말로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그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80석을 휩쓴데 비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비례정당)은 겨우 103석을 건졌을 뿐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상식적인 정치만 행했어도 진보 정치세력의 장기집권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오만하고 욕심이 많았다. 보수 정치세력은 기사회생의 가능성을 검찰총장 출신의 윤 대통령에게서 봤다. 문 대통령, 조국·추미애·박범계 법무장관 등과 대립각을 세우며 꿋꿋이 버틴 그 기개만으로도 희망을 걸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사실 윤 대통령 말고 승리를 기대할만한 대안은 없었다.

0.73%포인트 차였지만 어쨌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22년 3월의 대선에서 승리, 정권을 회복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정치력 부족을 드러냈고 국민의힘은 압도적 다수인 민주당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느라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실패, 국민에게 실망감만 안겼다. 설상가상으로 거대 민주당의 공격은 집요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위기의식이 당 안에 확산되고 이를 구성원들이 공유함으로써 단일대오가 형성됐다. 이 대표 식의 팬덤정치, 포퓰리즘정치가 극에 달했다.

자유우파(나는 2019년부터 보수당 대신 자유우파 정당, 진보당 대신 좌파 정당으로 부르고 있다) 유권자들에게는 지난 4월 실시된 제22대 총선이 국민의힘 재기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21대 총선 만큼이나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한동훈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으나 그도 적전 분열상을 극복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의 지원행보를 계속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무슨 배짱으로 감정싸움인가

이쯤 됐으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도, 국민의힘도 뭐가 문제인지를 간파하고 그것을 극복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그런데 대통령실과 당은 갈등 국면에 빠져들었다. 한 몸인 줄 알았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갈등의 양축을 형성했다. 도대체 두 사람 다 무슨 배짱인지 알 수가 없다.

문제는 상호 소통의 부재와 존중심의 결여에 있다. 대통령은 군주가 아니고 집권당 대표는 객경 (客卿: 다른 나라에서 와서 공경公卿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공동운명체로서 국민의 신뢰 속에서만 지위와 직책을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소통의 부재와 민심의 이반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그 당사자들이 어떤 고초를 겪게 되는지를 상황의 중심에서 목격한 사람들 아닌가. 소수 정당으로서 당하는 수모가 아직도 부족해서 서로 감정싸움이나 하고 있다는 것인가.

힘을 가진 쪽에서 양보하지 않으면 갈등의 고리는 풀리지 않는다. 대통령이 금도(襟度: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 이 말을 다른 뜻으로 쓰는 정치인들은 제발 언어습관을 고치시라. 금지선의 의미로 쓰이는 ‘금도’는 없다)를 발휘할 때 당의 승복을 기대할 수 있다. 대통령이 의리를 지켜야 할 대상으로는 첫째가 국민이다. “오직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한 자신의 다짐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그 절실했던 마음을 되새겨야 할 때다.

장인의 좌익 활동 전력과 관련, “(그렇다고)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2002년 4월 6일 민주당 대선후보 인천 경선 연설)라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분위기도 상황도 아주 다르다. 그때 노 전 대통령은 경선 후보였다. 대통령의 지위에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의 인기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다. 당원들은 노 후보의 어떤 결점이든 다 끌어안을 준비가 돼 있었다.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없었나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다. 그의 부인은 2021년 12월 26일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라도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그간의 여러 논란과 관련해서는 진심어린 사과를 해달라는 게 국민적 요청이다.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일 아닐까?

그간에 제기됐던 의혹들이 전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명태균인가 하는, 입심이 대단한 ‘과거의 조력자’까지 등장했다. 도대체 사람 보는 눈이 어땠기에, 훗날 대통령 부부를 망신시킬 사람에게 그처럼 널찍하게 곁을 주었다는 것인가. 언론에 인용 보도되는 그의 말로 미루어선 제갈량이 따로 없다. 말이 요란하면 일단은 경계할 필요가 있는데….

2016년 10월 24일, “큰일 났습니다”라는 전화를, 지금은 국회의원으로 있는 지인으로부터 받았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JTBC에서 최순실 이 태블릿PC로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쳤다고 보도했다”는 말이었다. 비당원 자격으로 새누리당의 당직을 맡고 있던 때였다. 순간 ‘이걸로 끝이 군’하는 생각이 들었다(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지만 그 방송국도, 보도 책임자도 건재하다).

명 씨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특히 15일 그와 김 여사가 주고받은 카톡 내용이 공개됐다. 8년 전의 충격이 그 기사에 오버랩 됐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에 있었던 사적 대화라고 하지만 그런 해명으로 민심을 다독이기엔 이미 늦었다.

다른 긴말이 필요 없다. 보궐선거가 끝난 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 대표가 독대하기로 했다니 거기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선거 결과 여하 간에 두 사람은 흔쾌히 뜻을 모아야 한다. 대화는 양보를 전제로 한다. 양보가 없으면 타협이나 합의도 없다. 타협이 안 되면 자유우파 정권은 또 벼랑 끝에 선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 ‘작은 나’가 아닌 ‘큰 나’일 것이다.

ⓒ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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