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임원 인사 시즌이 도래했다. 지난해 주요 업체들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도 내수 불황 등으로 부진이 이어진 만큼, 예년보다 빠르고 강력한 쇄신 인사를 단행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다음 달 말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 14명을 교체했다. 올해도 주요 계열사들이 비상 경영에 돌입한 만큼 예년만큼의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롯데그룹은 주력 사업인 유통과 화학 사업이 동시에 부진을 겪으면서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면세점 등 주요 계열사가 비용 절감과 희망 퇴직 등 비상경영에 준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사옥 이전도 줄을 잇는다. 롯데쇼핑의 이(e)커머스사업부 롯데온은 비용 감축을 위해 희망퇴직에 이어 사옥을 강남 테헤란로로 옮겼고, 코리아세븐도 본사를 강동구 천호동으로 이전했다. 코리아세븐은 전날 희망퇴직 공고를 내기도 했다. 최근 롯데월드타워에서 선릉역 근처로 사무실을 옮긴 롯데헬스케어는 사업 중단을 검토 중이란 말까지 돈다.
코로나19 때에도 비상 경영을 선포하지 않았던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에서 위기감이 노출되자, 임원 인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건 당연한 수순. 내년 3월 등기임원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CEO는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부회장), 이영구 롯데웰푸드 대표(부회장),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부사장),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부사장),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부사장),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전무) 등이다.
지난해 9월 빠른 인사를 단행한 신세계그룹은 이달 중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정용진 회장 취임 후 첫 임원 인사라 관심이 크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인사에서 대표이사의 약 40%를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마트와 백화점 등 주요 계열사 대표를 모두 교체하고, 마트·슈퍼·편의점과 같은 유사 사업군을 ‘단일 대표’ 체제로 전환해 임원 수를 줄였다.
올해도 4월 신세계건설에 이어 6월 이커머스 계열사인 지마켓과 SSG닷컴의 대표를 교체하는 등 세 차례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지마켓은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낸 정형권 대표를 영입, 조직에 긴장감을 줬다.
지난 3월 회장으로 오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내부적으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KPI)를 바탕으로 임원진 수시 인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신세계그룹 임원 인사는 소폭으로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많다.
다만, 현재 그룹 부회장직이 공석인 만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3월 정용진 회장은 승진했지만, 정유경 총괄사장은 승진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 한 관계자는 “앞서 충분히 인력 교체가 이뤄졌지만, 현 그룹의 기조가 ‘새로운 시대에 맞춘 체질 개선’인 만큼 외부 인사 영입 등의 추가 인사가 단행될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다음 달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단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백화점과 홈쇼핑, 현대L&C 등 핵심 계열사 대표를 교체한 터라 올해는 조직 안정에 초점을 둔 소폭 인사가 이뤄질 거라는 게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경영진 인사를 단행한 이랜드그룹의 경우 철저히 성과주의에 입각한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이 회사는 한국 패션부문 대표에 뉴발란스를 1조 브랜드로 키운 이랜드월드 조동주 상무를, 유통부문 총괄대표에 애슐리를 키운 황성윤 대표를 각각 선임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임원 인사는 그룹의 비전과 방향성을 대내외에 알리는 기회”라며 “실적만 갖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예측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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