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에 ‘與 금정구청장 수성’ 아슬아슬
韓, 여섯 차례 ‘금정 지원유세’로 힘 싣기 집중
승리시 韓 인물론으로 당정관계 재정립 가능
패배시 친윤 중심 ‘한동훈 흔들기’ 소란 일 듯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적 미래가 이번 10·16 재보선 중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결과에 좌우될 것이란 전망이다. 부산 금정구를 지켜낼 경우, 내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김건희 여사 리스크의 해법을 직언하면서 당정관계를 정상화할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한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면, 집권여당의 지도체제가 흔들리면서 여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동훈 대표는 10·16 재보궐선거 유세 마지막날인 15일까지도 부산 금정을 찾아 금정구청장 사수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 대표가 이번 재보선을 위해 부산 금정구를 찾은 건 이번까지 합쳐 총 여섯 차례다.
이번 재보선에서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의 경우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특히 부산 금정구는 13대 총선에서 분구된 이후 줄곧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현직 역시 국민의힘 소속인 백종헌 의원이다. 금정구청장의 경우에도 1995년부터 구청장 당선자 9명 중 1명을 제외하곤 모두 국민의힘(보수정당) 소속이 가져갔다.
국민의힘에 비교적 유리한 지역으로 꼽힘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가 부산 금정에만 여섯 차례나 지원 유세를 실시하는 등 ‘올인’하는 모습을 보인 이유는 판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실제로 최근 지지부진한 보수 지지세를 틈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금정구 내 여론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신문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1~2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한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40%)와 윤 후보(43.5%)는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같은 불안한 분위기대로 국민의힘이 금정구청장 수성에 실패할 경우 한 대표의 정치적인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치란 곧 선거다. 앞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까지 들고 나왔음에도 지난 4·10 총선에서 야권에 판정패를 당한 한 대표의 득표력에 대한 의문이 확산될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 ‘김 여사 리스크’를 두고 윤 대통령과 갈등을 겪으면서 당내 친윤(親尹)계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는 만큼 금정구청장 선거 패배는 한 대표의 리더십을 흔들기에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음주로 예고된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도 그동안 주장해온 김 여사 문제 해법이나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 등을 강하게 제시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주장에 직접 “여사 라인이 어디 있느냐”라고 반박한 만큼,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패배해 리더십이 훼손된 한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충언이자 직언을 밀고 나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금정구청장을 질 경우 한동훈 대표를 향해 물러나라고 하는 당내 이른바 친윤계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대통령실이 김 여사 얘기를 하면서 당내 갈등을 한 대표가 일으킨 것이 아니냐며 비토 여론을 이끌어낼 게 분명한 만큼 한 대표가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초접전 국면이지만 그래도 미세하게나마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신승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 기류가 감지된다. 부산 금정의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김건희 여사 문제에 있어서 한동훈 대표가 직언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수도 있고, 또 최근 김영배 민주당 의원의 실언으로도 이들이 집결하는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김재윤 전 구청장이 병환으로 별세하며 치러지는 이번 선거를 두고 “혈세 낭비”라고 발언하면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패륜 언행’이라며 지난 14일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집중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바람을 타고 국민의힘이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 경우엔 한 대표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거 막판 박빙을 보이던 여론조사를 뒤집은 것이 한 대표의 지원유세의 영향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한 대표 입장에서도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면 친한(親韓)계의 결집을 기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물론을 중심으로 자신의 지지세를 외부로 확장할 수 있는 분위기도 형성될 것이란 분석이다. 내주초 윤 대통령과 독대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이나 의정 갈등, 채상병 특검법 등에 대해 소신을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될 수 있다.
한 대표는 최근 며칠간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민심에 주파수를 맞추는 발언을 이어왔다. 여당의 지지율 부진 배경에는 김 여사 리스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지난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부산 금정구 지원유세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발언 수위를 끌어올렸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나도 실제로 부산에 내려가봤는데 현장 민심이나 분위기는 여당에 불리하지 않았다”며 “당내에서도 이번에 지면 공멸이란 얘기까지 나오면서 함께 애를 썼다.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당내에 가득하다. 한 대표도 쉽게 물러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금정구청장을 지켜내면 한 대표 입장에선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확실한 명분을 세울 수 있고 특히 김 여사 관련해 압박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또 민심이나 지지자들이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낼 것인 만큼 추후 당정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명분을 손에 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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