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 광둥성에서도 가장 남쪽에 있는 주하이시. 해안 도시인 이곳엔 총 146개의 섬이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섬인 헝친도에는 ‘헝친 국경 간 전자상거래 산업원’이 있다. 지난 9일 찾은 이곳은 바로 앞에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 너머로 고층 건물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류웨이량 고객 서비스 고급 책임자는 “저곳이 바로 마카오”라며 “현재 우리 팀 절반 이상이 마카오 출신이거나 마카오 대학 졸업자이고, 이곳에 입주할 기업들의 직원들도 20%는 마카오 출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마카오와의 경제적 통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주석 시절부터 직접 제안하고 주도한 프로젝트인 ‘헝친 광둥-마카오 심층 협력구(이하 헝친 협력구)’가 그 핵심이다. 일국양제 ‘모범생’이라 불릴 만큼 정치적 측면에서 중국화 된 마카오를 활용, 일국양제 시스템의 실효성을 대내외에 홍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 시진핑이 직접 제안한 헝친 협력구
헝친 협력구의 면적은 약 106㎢로, 서울의 6분의 1 수준이며 마카오의 3배다. 2009년 시진핑이 부주석 시절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그해 1월, 시진핑은 최고위급 국가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마카오에 방문, 마카오가 헝친 협력구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2014년 국무원이 헝친 중심의 광둥성 자유무역 시범구 설립을 승인했고, 2021년 ‘헝친 광둥-마카오 심층 협력구 건설 종합계획(이하 건설계획)’을 발표하며 점차 시진핑의 청사진이 완성됐다.
중국은 헝친 협력구를 개발하는 목적으로 일국양제 고도화를 명시했다. 마카오는 시진핑이 2019년 반환 20주년을 기념해 직접 찾을 만큼 일국양제 우수 지역으로 꼽힌다. 헝친 협력구 관계자는 “일국양제를 보다 풍부하게 하고, 마카오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 국가 발전의 전반적 정세를 융합하는 데 의의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즉 카지노 산업 의존도가 높은 마카오의 경제 성장을 돕고, 본토와 한 몸으로 만들어 일국양제의 실효성과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헝친 협력구는 ▲과학기술 연구개발·고급 제조업 ▲중의약 ▲문화·관광·컨벤션·전시·무역업 ▲현대금융업 등 5가지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당장 두각을 드러내는 곳은 금융업이다. 창업 자금 지원과 위안화 국제화, 역외 투자 유치 기능을 육성하는 것이 골자다. 헝친 협력구 관계자는 “현재 이곳 세수의 3분의 1을 금융업이 차지한다”라고 했다. 시진핑이 애착을 보이는 중의약 산업도 집중 육성 중이다. 이미 헝친 협력구 주변 재래시장에는 중의약 가게들이 즐비할 만큼 관련 산업 체인이 형성됐다.
이를 위해 중국과 마카오 정부는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헝친 협력구에 입주한 적격 기업들에 대해서는 기업 소득세의 15%를 감면해 주고, 국내외 고급 인력들에 대해서도 개별소비세 15% 초과분을 면제해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이곳에서 자재를 수입하거나 만들어 30%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은 관세도 면제받는다. 해외 직접 투자로 취득한 이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리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전자상거래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달 말 기업들이 본격 입주하는 헝친 국경 간 전자상거래 산업원이 해당 계획의 골자다. ▲국경 간 전자상거래 기업 ▲전자상거래 플랫폼 ▲인터넷 방송 기획사(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인플루언서 등이 지원 대상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은 주택 보조금을 지원받는데, 가장 작은 50㎡(약 15평)짜리 풀옵션 주택을 월 1590위안(약 30만원)에 거주할 수 있다. 원래 임대가격 2650위안(약 51만원)의 60% 수준이다. 류웨이량 책임자는 “다른 지역들과 정확히 비교하긴 어렵지만, 헝친 협력구의 전자상거래 지원 수준은 굉장히 강력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미 중국 주요 전자상거래 기업인 쉬인과 최대 온라인 여행 플랫폼 씨트립 등이 이곳 입주를 확정 지었다.
중국 측은 헝친 협력구 덕에 마카오와 경제 통합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헝친 협력구 측에 따르면, 2012년 헝친 협력구의 국내총생산(GDP)은 19억4800만위안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72억5300만위안으로 증가했다. 국무원 산하 마카오연락판공실에 따르면, 헝친 협력구 내 마카오 기업 수는 올해 8월 기준 6365개로, 3년 전보다 37.3% 증가했다. 이곳에서 거주하는 마카오인은 현재 1만6102명이고, 근로자는 5098명이다.
다만 여전히 중국 본토와 마카오의 경제 통합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먼저 마카오만 바라보고 대규모의 협력구를 운영하기엔 마카오 시장이 작다는 문제가 있다. 금융업에서는 홍콩에 밀릴 수밖에 없고, 전자상거래 역시 거래액이 1000억위안을 넘은 지역은 광저우, 선전, 푸산에 비해 주하이와 마카오의 경쟁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헝친 협력구 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8월 고정자산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6% 감소했다. 기업 투자 심리가 그만큼 위축돼 있다는 의미다.
한편 지난 13일 마카오 제6대 행정장관에 선출된 삼호우파이 전 마카오종심법원장은 헝친 협력구 개발 의지를 강조했다. 삼호우파이는 “일국양제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웨강아오 따완취(粤港澳 大灣區·광둥-홍콩-마카오 경제 통합 프로젝트)’ 건설에 참여할 것”이라며 “헝친 광둥-마카오 심층 협력구 2단계 과제와 프로젝트를 이행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개혁과 혁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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