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하니(본명 하니 팜·20)가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그동안 하이브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눈물을 흘렸다.
하니는 이날 국감 마무리 발언에서 “이 자리는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에 대한 문제들을 다루는 자리다. 이 일을 겪으면서 많이 생각했던 것”이라며 “인간으로서 존경(존중)하면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죄송해야 하실 분들 잘못한 게 없으면 나와야 되는데, 이런 자리 피해”
하니는 지난 달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소속사 어도어와 같은 하이브 산하의 빌리프랩 소속 아이돌 아일릿의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고, 이후 노동당국에 이 사건에 대한 진정이 접수됐다.
하니는 이날 환노위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한 시간쯤 질의를 받은 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을 해 달라’는 안호영 환노위원장의 요청에 “일단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국회의원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했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서는 “다른 선배님이나 동기들, 후배들, 연습생들은 이런 걱정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하니가 한국에서 왜 이런 경험을 해야 하는가’라는 글을 많이 봤다면서 “죄송하실 필요는 없다. 저는 한국에서 너무 사랑하고 가족같이 생각하는 멤버들, 직원분들을 만났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나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죄송해야 하실 분들은 당당하게 나와서 진짜 잘못한 게 없으면 숨길 거 없이 나오셔야 되는데, 자꾸 이런 자리를 피하시니까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3분 간의 발언 초반부터 울먹이던 하니는 “마지막으로 제가 여기 만약에 또 다시 나와야 한다면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 나오겠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발언에 앞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인 하이브의 최고책임자 방시혁 의장은 정작 이 국감장에 없다”며 “지금 미국에서 희희덕거릴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어떤 높은 분은 인사 한 번도 안 받아… 그냥 인간으로서 예의가 없다”
하니는 그동안 하이브 내에서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당했다면서 “회사가 저희를 싫어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무시해’ 발언과 관련해서는 “헤어와 메이크업이 끝나서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른 소속 팀원분들 세분 정도와 여성 매니저가 저를 지나가셔서 잘 인사했다”며 “5분, 10분 후에 그분들이 다시 나왔다. 그 매니저가 저와 눈을 마주치고 뒤에 따라오는 멤버들에게 ‘못 본 척 무시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 이 일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고, 애초에 일하는 환경에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해가 안 갔다”며 “이 문제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늘 여기에서 나오지 않으면, 조용히 넘어가고, 또 묻힐 것이라는 것을 아니까 (국감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또 “데뷔 초부터 어떤 높은 분을 많이 마주쳤는데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았다”면서 “한국 문화는 나이가 더 많은 분들께 예의가 발라야 한다고 이해했는데, 직업을 떠나서 그냥 인간으로서 예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니는 베트남계 호주인이다.
하니는 “회사 내에 느껴온 분위기가 있다. 말하기 애매해서 누군가에게 말하기 어려운데, 당한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이라며 “최근 블라인드라는 앱에서 회사 직원들이 뉴진스를 욕한 것도 봤다”고 말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주영 어도어 대표는 하니가 ‘무시해’라는 발언을 들었다고 할 때 다른 법인인 빌리프랩 측에 요청해 사실을 확인하고 할 수 있는 선까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쉽게도 내부적으로 파악한 것은 서로 간에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하니는 “죄송한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치를 할 의지도 없으시다”고 했다.
◇’근로자성’ 따지자… “저희는 다 인간인데, 놓치신 분들 많다”
노동당국이 하니가 당한 일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려면 먼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하고, 연예인인 하니의 ‘근로자성’이 인정돼야 한다. 김주영 어도어 대표는 “현재 관련 법상 아티스트는 근로자성이 없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하니 사건은)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에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엑스트라는 근로기준법상 분명한 노동자”라면서 “급여가 많다고 해서 근로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근로자 여부가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확인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김유진 실장은 “실질적인 근로 형태를 봐야 한다”고 했다.
김주영 어도어 대표는 하니의 ‘근로자성’과 관련해 “연습생 분들과 아티스트 분들과는 계약서를 맺는다”고 말했다. 하니는 “아티스트와 연습생들의 계약이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다르지 않은 점은 저희는 다 인간이라는 점이다. 그걸 놓치신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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