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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외설적 대화가 담긴 동영상 테이프가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트럼프는 위기를 맞았지만 외려 트럼프 지지층이 뭉치는 계기가 됐다. 4년 뒤인 2020년 대선 때는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차남 헌터의 사생활 자료 유출로 코너에 몰렸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의 결집 덕에 백악관에 입성했다. 4년마다 11월 첫째 주 화요일에 치르는 미 대선에서는 투표일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 돌발 이슈가 터져 선거판을 흔들어 놓곤 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이변)’다.
초접전을 펼치는 선거판에서는 티끌만큼의 불씨도 엄청난 폭발력을 갖는 ‘옥토버 서프라이즈’로 비화해 11월 대선을 흔드는 ‘노벰버(November) 서프라이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두 대륙에서의 전쟁으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으며 밀턴 등 초대형 허리케인이 잇따라 주요 도시를 강타하면서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미지수다.
요동치는 정세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이라면, 활화산 밑에 응축된 뜨거운 에너지는 마그마다. 지열이 올라가 압력이 높아지면 지반의 약한 부분을 뚫고 언제든 폭발할 것이다. 미 대선이라는 활화산 아래 무겁게 끓고 있는 마그마는 단연 경제문제다. 미국 전역에서 서민들이 고물가에 고통받고 있으며 10명 중 6명꼴로 생필품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신용카드 빚을 지고 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의 올해 2분기 가계 신용 보고서를 보면 심각한 수준의 연체로 분류되는 90일 이상 신용카드 연체율이 10.93%로 2012년 1분기(11.27%)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권자들이 경제를 가장 중요한 의제로 꼽았던 2000년 이후 4번의 대선에서 경제정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쪽이 항상 승리했다고 짚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경제정책 선호도는 공화당 46% 대 민주당 41%로 공화당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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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는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기회의 경제’를, 트럼프는 제조업 부흥을 앞세운 ‘신(新)산업주의’를 앞세우고 있다. 해리스는 식료품 가격 ‘바가지’를 막는 연방 차원의 입법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혜택을 없애 임대료 인상에 제동을 걸겠다고 한다. 트럼프는 에너지 비용을 낮춰 물가를 잡겠다고 했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폐기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확대해 연료비를 내리겠다는 것이다. 불법 이민자를 추방해 임대 수요를 줄여 주택 가격 압박을 완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해리스의 정책은 선(善)을 표방하지만 모호하고, 트럼프의 정책은 위악적이지만 선명하다. 선거판에서 도덕적 잣대는 그리 유효하지 않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누가 더 선명한가에 유권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미 표심은 요동치고 있다. NBC 방송이 4~8일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오차 범위 ±3.1%)에서 양측은 48%로 동률을 기록했다. 하버드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 업체 해리스폴이 11~13일 등록 유권자 31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경합주 7곳의 조기 투표 의사 유권자 중 47%가 해리스를 지지, 트럼프(48%)에게 뒤졌다. WP는 “선거의 마지막 순간으로 접어들면서 해리스가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화 실패를 근본적인 문제로 꼽았다. 유권자들이 바이든을 대선 후보에서 끌어내린 것은 경제 성과가 부족했기 때문인데 해리스가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선을 3주 남겨두고 현실로 다가오는 트럼프의 귀환은 한국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물리겠다는 공약이 실현되면 수출은 타격을 입게 된다. 역대 최대로 불어난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문제 삼아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의 공약에는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 결여돼 있으며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대선 후보로 지명된 뒤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던 해리스가 트럼프의 귀환을 막아내고 미국 최초의 아시아계 흑인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적(미라클)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한국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11월 대선이 ‘트럼프의 서프라이즈’가 될지, ‘해리스의 서프라이즈’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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