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북한이 남북 간 육로를 완전히 단절하겠다는 ‘요새화’에 나선 가운데, 육상에 이어 해상에서도 북한이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서해북방한계선(이하 NLL) 접경지인 서해5도 거주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정부, 북한 측 발표를 종합하면 북한군은 지난 9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우리 공화국의 주권 행사 영역과 대한민국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공포한다”며 “이날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북한 사회주의헌법에 “영토·영공·영해 관련 조항을 신설하고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을 재규정하라“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고조되는 남북 갈등에 지난 7일 이틀간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에서 북한이 헌법상 NLL 영토 변경을 주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관련 내용은 특별히 처리되지 않고 회의가 마무리됐다.
남북 갈등이 이어지자, 국회 국방위원회가 지난 8일 합동참모본부 등을 대상으로 연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북한이 남쪽 해상 국경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를 빌미로 불법침공했다고 주장하며 도발할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방부 김용현 장관은 “충분히 예상되는 북의 행동”이라며 “현재의 NLL은 피로써 지켜왔다”며 “그 이외의 선은 일절 허용하지 않고 단호히 응징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다.
한편 합동참모본부 김명수 의장은 지난 14일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와 서해 해상경비 임무를 수행 중인 천안함을 방문해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장병들을 격려했다.
김 의장은 현장에서 “최신예 호위함으로 부활한 천안함은 서해의 수호신으로서 NLL 이 선배 전우들이 목숨 바쳐 사수한 해상경계선임을 명심하고, 적이 NLL 이남에 대해 도발한다면 적을 완전히 수장시켜 ‘천안함 폭침’의 아픔을 수십·수백 배 이상으로 되갚아 줄 것”을 강조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일상을 위협받고 있는 서해5도 접경지 거주민들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남북 상황이 불안해지면 연평도 접경지 거주민들은 정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생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서 “언론에서 접경지 주민들이 불안해 하는 사연이나 이야기를 경청해 군사적 행위가 없도록 없도록 사회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미일과 같이 공조를 하는 연장선에서 이 같은 대북정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두 국가론이든 한 국가론이든 상관없이 남북 교류를 이제 꾸준히 하는 걸 전제로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할 환경을 만들어야지만 북측이 태도를 취하든 남북 관계를 정상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해5도 평화운동본부 관계자 측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 시점에서 NLL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농후하다고 본다”면서 “주민들은 조만간 해전이든 아니면 연평 포격이든 어떠한 형태로든 군사적 갈등이 표현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구체적인 비상 매뉴얼이 필요한데, 정부에서는 준비됐다고 하지만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지점은 연평도 폭격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섬에서 육지로 대피할 수 있는 방안인데 이조차 공개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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