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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증빙 요구 이유부터 밝혀라” 돌봄휴직 반려에 한겨레 내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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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한겨레 편집국장단이 기자의 가족돌봄휴직 신청을 반려하며 가족회의 내용과 간병계획 등 증빙을 요구한 가운데, 회사가 이를 ‘노동자 권리 침해’라고 비판한 노보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한편 휴직 승인을 보류하면서 사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14일 오전 성명을 내고 “한소리(노보)를 내면서 사과를 기대했다. 돌아온 건 본질 호도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였다”며 “경영진이 드러낸 인식 수준은 구성원으로서 자괴감을 피해 갈 수 없게 한다”고 했다.

한겨레지부는 “사안은 단순하고, 명백하다. 뉴스룸국의 A 조합원에 대해 이주현 뉴스룸국장과 부국장이 돌봄휴직(무급) 신청 과정에서 간병계획서와 가족회의의 내용 그리고 남편 형제 개인정보 등등 과도한 보완 요구를 했다는 점”이라며 “부국장의 보완 요구 이후 A 조합원은 중증 우울증 진단을 받을 만큼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지부는 한겨레가 먼저 휴직 신청에 이례적 증빙 요구를 한 이유를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경영기획실 실무자도 ‘이런 식의 요구는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며 “노조는 예외적이고, 과도하며, 모욕감까지 느끼게 하는 요구를 해야만 했던 이유를 물었다. 회사는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부는 “(경영진은)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등을 근거로 ‘보완요구는 정당하다’는 형식논리를 내세울 뿐”이라며 “무급휴직 신청을 마치 징계 심사하듯 소명하라고 ‘보완 요구’한 이유를 소명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겨레지부는 이어 “(경영진은) 동료의 아픔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망각한 채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만들어 놓은 시행령을 들먹이고 있다”며 “한겨레라는 공동체의 기본 정신과 한국 사회에서 한겨레가 해온 발언들을 돌이켜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비애를 느끼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을 처참한 상황으로까지 내몰고 있는 해당 요구들(반려 사유들)이 진정 타당한지, 부끄러움이 없는지, ㄱ조합원에게 가혹하지 않았는지, 최우성 사장과 이주현 뉴스룸국장에게 묻는다. 나아가, 자성과 사과, 재발방지 대책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뉴스룸국(편집국) 부국장이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한  A 언론노조 한겨레지부 조합원에게 보낸 반려 및 보완요구 메시지.
▲한겨레 뉴스룸국(편집국) 부국장이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한  A 언론노조 한겨레지부 조합원에게 보낸 반려 및 보완요구 메시지.

한겨레지부는 회사가 10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A 조합원의 휴직 신청 건을 보류한 것을 두고도 “어떻게든 승인을 거부할 명분 내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명분을 찾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회사가 노보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요청 공문을 보낸 뒤 사내 전체 이메일을 보낸 것을 두고도 “법정 싸움에서나 보일 수 있는 태도”라고 했다.

직장인 실명인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선 지난 11~14일 사안을 접한 한겨레 구성원들의 댓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구성원은 “휴직이 죄인가?”라며 “무급(휴직)이지 않나. 사유 있으면 휴직하고 돌아와 업무에 집중하면 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다른 구성원은 “이게 젠더팀과 노동팀을 앞세우는 한겨레에서 벌어질 일인가”라는 댓글을 달았다. “육아휴직 신청하면 누가 진짜 아이 키우는지 기저귀 갈고 놀아주고 어린이집 역할 아니냐며 베이비시터 여부, 배우자 돌봄 분담, 거주지 증빙하라 할 기세”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후배가 알려줘 노보를 뒤늦게 읽었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댓글도 있었다.

앞서 한겨레 편집국 국장단은 지난달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한 기자에게 돌봄 대상이 시부모라는 이유로 △형제자매 간병 순번과 각 형제가 맡은 간병 기간 △가족회의를 연 형제자매가 누구인지 △어떻게 대구 병원 현지와 거주지를 오갈지 △간병인과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나눠 맡을지 등을 추가 설명하고 각 사항을 증빙하도록 보완 요구했다. 한겨레지부는 노보를 통해 이를 알리고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요구”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한겨레 측은 노조에 공문을 보내 “법 위반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노보에 대한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한겨레는 ‘돌봄이 필요한 가족의 건강상태, 신청인 외 가족 등의 돌봄가능 여부 등 근로자의 가족돌봄휴직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시행령 조항을 들었다. 노보와 정정보도 요청 내용을 살핀 최강연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노무사는 “신청자는 이미 남편이 돌봄에 참여하기 힘든 사유 등을 설명한 상태로 보인다. 같은 사업장의 동종 휴직 사례에 비춰 사업주가 신청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 대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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