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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판결문] 압수·수색영장, ‘압수할 물건’은 명확히 기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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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수사하던 중 영장을 발부 받아 2024년 5월 23일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하지만 경찰이 제시한 영장에는 휴대전화가 기재돼 있지 않아 A씨는 휴대전화 압수 처분의 취소를 구했고 원심은 2024년 5월 28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원심을 파기환송 했다. / 그래픽=박설민 기자
경찰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수사하던 중 영장을 발부 받아 2024년 5월 23일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하지만 경찰이 제시한 영장에는 휴대전화가 기재돼 있지 않아 A씨는 휴대전화 압수 처분의 취소를 구했고 원심은 2024년 5월 28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원심을 파기환송 했다. /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경찰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수사했다. 수사를 진행하던 중 춘천지방법원 판사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이에 A씨는 휴대전화 압수수색의 취소를 요청했다. 경찰이 제시한 압수·수색영장에는 ‘압수할 물건’에 휴대전화가 기재돼 있지 않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 영장 기재 문언은 엄격히 해석

이 사건의 시작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문언에 있다. 경찰이 제시한 영장에는 ‘압수할 물건’이 ‘정보처리장치(컴퓨터, 노트북, 태블릿 등) 및 정보저장매체(USB, 외장하드 등)에 저장돼 있는 이 사건 범죄사실에 해당하는 회계, 회의 관련 전자정보’라고 작성돼있다. 따라서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가 압수·수색영장에서 말하는 정보처리장치 및 정보저장매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원심은 휴대전화가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의 ‘압수할 물건’에 기재된 정보처리장치 또는 정보저장매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씨의 취소 요청(준항고)을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은 지난달 25일 이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영장에 의해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것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결정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2024모2020).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적법한 절차를 위반해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을 보장해 마련한 증거가 아니기 때문에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취지에서 종래 대법원(2009년)은 “법관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압수한 물건’을 특정하기 위해 기재한 문언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피압수자(압수·수색 처분을 받는자) 등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경찰이 제시한 영장에 기재된 ‘정보처리장치 및 정보저장매체’에 A씨의 휴대전화가 해당하는지 여부다. 휴대전화는 정보처리장치나 정보저장매체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 또한 통신매체의 성격도 갖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는 전화·문자메시지·SNS 등 통신 내역, 개인 일정, 인터넷 검색기록, 전화번호, 위치정보, 결제정보 등 개인 사생활에 대한 정보가 광범위하게 들어 있다. 즉,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와, ‘컴퓨터나 USB 등’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동일 시 할 수 있냐는 문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분량이나 내용, 성격 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고,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얻을 수 있는 전자정보의 범위와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도 크게 다르다”면서 “압수·수색영장의 ‘압수할 물건’에는 ‘정보처리장치(컴퓨터, 노트북, 태블릿 등) 및 정보저장매체(USB, 외장하드 등)에 저장돼 있는 전자정보’가 기재돼 있을 뿐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는 기재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최근 5년간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영장 청구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 법원의 발부율도 평균 90%다. 또한 수사기관이 제출한 영장청구서 내용 중 법원이 심사를 통해 일부를 제한하는 일부기각까지 포함하면 실질발부율은 평균 99%다. 이른바 ‘통신영장’이라 불리는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도 최근 5년간 평균 약 5만4,000건이 발부돼 약 95%의 발부율을 보였다.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은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통신 가입자 정보, 전화 송・수신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 / 그래픽=이주희 기자
최근 5년간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영장 청구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 법원의 발부율도 평균 90%다. 또한 수사기관이 제출한 영장청구서 내용 중 법원이 심사를 통해 일부를 제한하는 일부기각까지 포함하면 실질발부율은 평균 99%다. 이른바 ‘통신영장’이라 불리는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도 최근 5년간 평균 약 5만4,000건이 발부돼 약 95%의 발부율을 보였다.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은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통신 가입자 정보, 전화 송・수신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 / 그래픽=이주희 기자

◇ 압수·수색 범위, 수사기관 자의적 해석 우려

대법원은 “영장주의 원칙상 압수·수색의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 강제처분을 허용하는 일반영장은 금지된다”며, “수사기관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서는 ‘압수할 물건’에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가 포함돼 있어야 함이 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사건에서 휴대전화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압수·수색의 범위가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에 ‘압수할 물건’으로 휴대전화를 기재하지 못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부연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은 판결은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며 “수사기관이 디지털 증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영장 범위 밖 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등 위법행위도 이제 예방이 가능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해 2월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 제도’를 담은 대법원 형사소송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제도’는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불러 심문할 수 있게 하고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검색어·대상기간 등 집행계획을 기재하며 △압수·수색·검증의 전 과정에 피의자 등의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절차다.

이 개정안은 대검찰청, 공수처, 경찰 등이 수사의 밀행성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도 검토의견서를 통해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심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피의자가 장차 발부될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미리 대비하게 하는 것으로 수사의 밀행성을 해친다”며 “형사소송법 개정 없이 형사소송구칙의 개정만으로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제를 도입하는 것은 법체계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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