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상공에 나타난 무인기로 인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무인기를 날린 주체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자작극을 벌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평양에 출연한 무인기의 정체에 대해 군 당국에서 파악한 것이 있냐는 질문에 “확인해드릴 수 없다”는 답을 내놨다. 이 실장은 민간이 무인기를 보냈을 가능성, 무인기를 띄운 주체 등에 대한 질문에서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앞서 11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용산 국방부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북한이 외무성 중대 성명을 통해 남한이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적 없다.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1시간 정도가 지난 이후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고 이후 정부는 현재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무인기와 관련한 사실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13일 담화를 통해 해당 무인기는 임의의 장소가 아닌 특정한 발사대나 활주로가 있어야 띄울 수 있다면서, 순수 민간 차원에서 날린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간 차원에서 무인기를 띄워 대북 전단을 보내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여 년 동안 비공개로 북한에 전단을 보내고 있는 (사)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의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해당 무인기에 무언가를 더 실으려면 동력이 커져야 하고, 그러면 비용도 많이 든다”면서 무인기를 통한 전단 살포가 효과적인 방식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기술이 발달됐으니까 기술적 측면만 보면 무인기를 날리는 것은 가능하다. 의기가 넘치는 사람이 있다면”이라며 “그런데 무게 때문에 대량으로 전단을 살포할 수가 없다. 몇 장 안되는데 그걸 뿌리려고 무인기를 띄운다? 굳이 이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직접 했을 가능성에 대해 그는 “무인기가 동력이랑 유도장치로 구성되는데 유도장치를 활용했으면 이건 전쟁행위가 되는 거라서 정부가 하지 않았을 것이고, 민간에서 하더라도 정부가 막았을 것”이라며 “정부가 진짜 하려면 굳이 저런 무인기를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텔스 무인기도 있는데”라고 말했다.
민간이 운용하는 것을 정부가 지원했을 가능성에 대해 그는 “민주사회에서 그게 되겠나?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 금방 탄로난다”라고 답했다.
이 단장은 그러면서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가 예전 북한이 남한에 보낸 중국제 무인기와 유사하다는 점 △북한이 「로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전단이 최근 단체들이 보내는 전단과 다르다는 점 △적은 양의 전단이 공중에 흩뿌려졌는데 이를 다시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 △북한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우선 전단의 내용에 대해 이 단장은 “최근 단체들이 보내는 전단에는 글씨가 빼곡하게 써 이다. 작은 글씨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넣는데 북이 공개한 전단은 이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무인기에 전단을 몇 장 싣지도 못하는데 저렇게 적은 양을 공중에서 뿌리고 나서 다시 모아서 찍었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뿌려진 전단을 수집하지 쉽지 않다”며 “게다가 신문에 나온 전단들이 모두 깨끗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단장은 전단이 흩뿌려지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이 단장은 “무인기 전단 문제를 노동신문 전면에 대대적으로 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 전단을 아무리 흐릿하게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체제 비난이 담겨 있는 것을 보도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문 전면에 이를 보도한 데에는 주민들의 시선을 이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정권 차원의 필요성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이 단장의 설명이다.
그는 “북한이 내부 반감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 것 같다”며 케이팝(K-pop)이나 한국의 드라마 시청에 대해 엄격한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과 유사하게 북한이 내부 단속 및 정비 차원에서 이같은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정치적인 위기 상황에 처한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하기 위해 실제 무인기를 보냈으면서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처음에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보낸 적 없다고 하더니 이후에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입장이 바뀌었다”며 “실제 무인기와 관계가 있는데 차마 이를 말로는 못 꺼내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8개 포병여단을 사격대기태세로 전환했다는데, 무인기를 또 띄우면 북한에서 쏜 포탄이 연평도나 경기도 북부 지역으로 떨어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를 구실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전단이 살포된 곳이 평양시 중구역이라고 하는데, 여기는 주로 당 간부들이 있는 곳이라 전단을 떨어뜨려도 선전선동 효과가 나오지 않는 지역”이라며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여기에 무인기를 보내봤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북한이 무인기를 두고 남한의 대응에 대해 일일이 답을 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내부를 통제하고 체제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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