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북한이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남북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적극 대응을 천명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강 대 강 대치가 오히려 안보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14일 무인기 침범 주장과 관련해 북한의 실제 도발에 대한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실제 도발 가능성에 대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평양에 무인기가 침투했다고 주장하며 “방아쇠의 안전장치는 현재 해제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북한 국방성 대변인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각각 “당장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정세가 조성됐다”, “무모한 도전객기는 대한민국의 비참한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실질적인 움직임도 보였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국경선 인근 포병 부대에 사격준비태세를 갖추라는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폭발하는 등 ‘요새화’ 준비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북한이 도발하게 되면 우리는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반발과 무관하게 정부는 무인기의 실체에 대해 ‘확인 불가’를 공식 입장으로 내놨다. 이렇듯 정부가 단호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는 데에는 북한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북한이 지난 7월 대규모 수해 등에 따른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해 이를 명분으로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 남북 맹비난 자제 목소리도
북한이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위기를 고조시켜 왔다는 점도 정부의 대응 기조 밑바탕에 자리했다. 지난 2020년 ‘남북연락사무소’ 폭파가 대표적이다. 당시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하며 김 부부장 명의 담화문을 발표하고 이후 열흘 만에 실제 폭파를 감행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본인들이 필요할 때, 내부의 수요라든지 다른 목적하에 이런 식으로 위기 상황을 고조해 오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오히려 이러한 북한의 반응이 남한의 압도적 군사력 차이를 두려워하는 것이란 자신감도 내비치고 있다. 지난 10월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현무-5’ 등 무기 등을 공개하자 북한이 즉각 “핵보유국 앞에서 졸망스러운 처사”라고 반발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현무-5’는 지하 시설물 파괴에 특화된 미사일로 유사시 북한 지도부가 숨은 ‘벙커’를 타격할 수 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스라엘의 벙커버스터에 의해 헤즈볼라 수장이 죽임을 당했는데 현무-5는 10배 이상 위력으로 김정은이 섬뜩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자살을 결심하지 않을 거 같으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정부의 ‘강경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도 “윤석열식 강 대 강 대치는 결국 한반도의 일촉즉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 현재는 북한이 도발을 하면 안 된다”며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에서도 자제해라. 그리고 말을 함부로 하지 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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