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에서 2·3위를 형성 중인 빗썸과 코인원이 나란히 수수료 무료 이벤트에 나서 눈길을 끈다. 거래소 입장에서 가장 강력하고 효과가 검증된 카드를 양사가 동시에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주목된다.
◇ 지난해에 이은 빗썸, 창사 이래 처음 코인원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가 10월 들어 수수료 무료 이벤트로 분주하다. 먼저 칼을 빼든 건 업계 2위 빗썸이다. 지난해에도 10월 들어 수수료 전면 무료화에 나선 바 있는 빗썸은 올해도 10월 첫날부터 모든 가상자산의 수수료를 무료화했다. 사전에 등록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당초 지난달 말까지였던 등록기간을 14일까지 두 차례 연장한 상태다. 수수료 무료 이벤트 기간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업계 3위 코인원도 가세했다. 지난 2일을 기해 수수료 무료 이벤트에 나선 것이다. 다만, 대상은 선착순 2만명이며 신규·휴면 고객 1만5,000명과 기존 고객 5,000명으로 나뉜다. 기간 또한 10월 말까지로 명시돼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에서 수수료 무료 이벤트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방법으로 꼽힌다.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가 수익의 전부인데, 이를 포기해야 한다. 따라서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이벤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리스크만큼 효과도 검증됐다. 지난해 점유율 하락으로 고민이 크던 중 수수료 무료 이벤트에 나섰던 빗썸은 잠시나마 업계 점유율 1위를 탈환했을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뚜렷한 점유율 상승 효과를 봤다.
나란히 수수료 무료 이벤트에 나섰지만, 양사의 사정과 목표는 제각기 다르다. 빗썸은 앞서도 언급했듯 지난해 실시한 수수료 무료 이벤트로 점유율 반등에 성공했으며,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업계 2위로서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졌다.
다만, 업계 1위 업비트와의 경쟁에선 여전히 크게 밀리는 양상이었다. 특히 수수료 무료 이벤트 종료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업비트 편중 현상이 다시 뚜렷해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또 한 번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실시해 업비트의 대항마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코인원은 존재감 확대가 시급하다. 5% 밑으로 떨어진 점유율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있다. 백기를 들고 떨어져나간 거래소보단 낫지만,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점유율 확보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기에 빗썸이 실시하는 수수료 무료 이벤트는 코인원의 점유율 하락 우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코인원의 수수료 무료 이벤트가 더욱 눈길을 끄는 건 창사 이래 첫 시도라는 점에서다. 코인원은 지난해 빗썸을 중심으로 업계에 수수료 무료 바람이 불었을 당시 가세하지 않았으며, 회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랬던 코인원이 수수료 무료 이벤트에 나선 건 그만큼 상황이 절실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관건은 가상자산 시장 흐름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전통적으로 4분기에 활기를 띄어 왔으며, 올해는 특히 금리 인하 움직임과 미국 대선 등이 호재로 여겨지는 외부요소로 평가된다. 물론 중동 정세 등 예사롭지 않은 변수들도 도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이 큰 활기를 띈다면 양사의 수수료 무료 이벤트는 더 큰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될 경우 출혈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양사가 동시에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 중인 점도 변수로 꼽힌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특성을 고려했을 때, 똑같은 혜택이라면 아무래도 점유율이 더 높은 쪽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양사가 각각 언제까지 출혈을 감수하고 이벤트를 이어나갈지도 관전포인트다.
빗썸과 코인원이 나란히 기대했던 효과를 보며 웃을 수 있을지,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판도엔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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