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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뚝 액정·메타버스용 러닝머신…SF영화 재현할 ‘뉴테크’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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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테크마켓-출품기술 소개 ③]

최문기 UN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퀀텀닷 디스플레이’

윤정원 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 ‘360도 트레드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카이스트 등 4대 과학기술원,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16일 오후 1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A홀에서 사업화 유망기술 공동 설명회인 ‘2024 테크마켓’을 개최한다. 이번 설명회에 나올 기술들은 사업화 가능성이 높아 산업현장에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는 곡면 부착 가능한 ‘양자점(퀀텀닷) 디스플레이’, 초박형 전방향 전신체감 보행 상호작용 ‘360도 트레드밀’ 등 이색 기술이 공개되며, 연구자가 직접 나와 상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또 수요기업을 대상으로 TLO·연구자와 일대 일 상담 및 컨설팅도 진행한다. 다음은 해당 기술을 연구한 교수와의 사전 인터뷰다. 이들에게 직접 핵심 기술력과 산업적 가치를 들어봤다.


영화속 ‘팔뚝 디스플레이’ 현실로…’늘어나는 光반도체’ 나왔다

최문기 UN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곡면 부착 가능한 ‘양자점(퀀텀닷) 디스플레이’ 개발

시간이 화폐가 된 미래사회 이야기를 담은 SF(공상과학)영화 ‘인 타임'(2011년). 모든 인간이 25세가 되면 노화를 멈추고 팔뚝에 새겨진 ‘카운트보디시계’에 1년의 유예시간을 제공받는다. 이 시간으로 사람들은 음식을 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집세를 낸다.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팔뚝 피부와 하나가 된 디스플레이다. 이를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최근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과 최문기 교수는 오는 16일 서울 코엑스A홀 컨퍼런스C에서 열리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4 테크마켓’에서 ‘양자점(퀀텀닷) 디스플레이’ 기술을 소개한다.

양자점은 수백, 수천 개 원자로 이뤄진 나노미터(1㎚는 10억분의1m) 단위의 작은 반도체 결정체로 스스로 강한 빛을 낸다. 양자점 디스플레이는 이미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를 만드는 데 쓰인다. 문제는 대면적 TV에 쓰던 이 기술을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같이 작은 디스플레이에 쓰기엔 초고해상도와 발광효율을 동시에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도장처럼 양자점 잉크를 찍어 기판에 옮기는 건식 전사 패터닝은 초고해상도 픽셀 구현은 가능하지만 발광효율이 5%에 미치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 문제를 스탬프(도장) 압력으로 풀었다. 그에 따르면 건식 전사 패터닝은 공정 중 스탬프로 잉크박막에 압력을 가하는데 이 압력에 의해 양자점과 함께 전류를 전달하는 나노입자가 빽빽하게 모인다. 연구진은 스탬프 압력을 높여 나노입자층과 양자점 발광층을 한번에 옮겨 입자밀도를 높이고 불순물인 내부 기공을 없애는 식으로 전류를 쉽게 흐르도록 해 발광효율을 개선했다.

최문기 UNIST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연구성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UNIST

이 같은 새 공정을 통해 만든 양자점 발광소자는 최대 23.3%의 외부양자효율(External Quantum Efficiency·EQE)을 보였다. 외부양자효율은 전류를 흘려넣어준 전자가 빛을 내는 광자로 변환되는 효율을 말한다. 23.3%는 최대 이론효율과 유사한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 방식으로 머리카락 두께의 40분의1 수준인 2.6㎛(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1m) 두께의 초박막 QLED 소자도 제작했다. 해상도는 2만526PPI(인치당 픽셀수) 수준으로 애플 ‘비전프로’ 해상도의 6배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구부려도 되는 신축성을 지녀 곡면 등에 부착할 수도 있다. 앞으로 바이오분야 기술과 융합하면 영화 ‘인 타임’의 카운트보디시계처럼 신체에 부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구현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중층 건식 전사 패터닝 기술로 제작한 고해상도 다색 패턴과 대면적 패턴의 모습/사진=UNIST

최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피부처럼 늘어나는 전자타투같이 ‘신체 부착형 웨어러블 기기’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 수치나 혈압이 얼마인지를 피부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요즘 자동차업계에서 러브콜이 많이 온다고 귀띔했다. 그에 따르면 헤드라이트 디자인이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는데 양자점 디스플레이는 구부려 곡면 형태로 만들 수 있고 휘도(밝기)도 뛰어나 다양한 디자인 구현이 가능하다.

그는 “학술대회에서 연구결과를 보고 해외기업들이 협력하자는 연락을 많이 해오지만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선두주자인 만큼 국내 기업들과 협업하고 싶다”며 “이번 테크마켓에서 만난 기업들과 연구결과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기 UNIST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연구성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UNIST


가상에서 걷고뛰는 ‘360도 러닝머신’, 메타버스 체험감 확 바꾼다

윤정원 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 초박형 전방향 전신체감 보행 상호작용 ‘360도 트레드밀’ 개발

윤정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 /사진=최태범 기자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새로운 디지털 세계,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세상에 등장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주로 활용될 뿐, 당초 기대했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의 영역까진 아직 나아가지 못했다.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체험감에서 기인하는 요인이 크다. 지금으로선 메타의 오큘러스 퀘스트나 애플의 비전프로가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디바이스로 꼽히지만, 이들 기기는 시각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데 그친다.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장치(HMD)만으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전신(全身)을 가상공간에 투입하고 완벽한 몰입감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상공간에서 촉각을 느끼게 하는 햅틱 장갑 등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 중인 가운데, 광주과학기술원(GIST) 윤정원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 연구팀(뇌 나노로봇 연구센터)이 개발한 ‘360도 트레드밀’이 메타버스에서 걷기·뛰기를 구현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보통 헬스장에서 볼 수 있는 러닝머신 같은 일반적인 트레드밀은 1차원(단방향)으로만 보행 운동을 지원한다. 윤정원 교수팀의 360도 트레드밀(Omni-directional treadmill)은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보행할 수 있도록 한다.

/사진=GIST 윤정원 교수팀

360도 트레드밀은 미육군연구소(ARL)가 2000년대초 최초로 개발해 2010년대에 상용화한 차세대 보행 인터페이스 장치다. 보행 의도(속도·방향)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사용자의 위치를 기준 위치에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이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걷고 뛰는 행동을 하면 실제 현실에서는 제자리에서 움직이는 모습이지만, 메타버스상에서는 앞뒤좌우로 전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GIST 연구팀은 기존 360도 트레드밀의 두께·소음 문제를 전반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연속으로 배치된 특수한 스크류 기어를 2단으로 적층해 고속·고가감속의 무한지면 구현에 성공했다.

기술의 공식 명칭은 ‘초박형 고속 전 방향 트레드밀 기반 메타버스의 전신 체감형 보행 상호작용 플랫폼 기술’이다. 새로운 기어 전동 방식(연속 배치 스크류 기어)을 통해 2차원 모션을 초박형 공간에서 실현할 수 있는 동력 전달 메커니즘을 적용했다.

윤 교수는 “인간 몸무게(200kg이하)를 4m/s, 5m/s의 모션으로 이동 가능한 동력 전달 기술”이라며 “360도 전 방향 트레드밀 기반 보행 인터페이스를 통해 메타버스에서 공간 감각을 구현한다”고 했다.

이어 “초박형이라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최대한 조용하게 작동한다”며 “가정이나 사무실 등 일반적인 환경에서도 몰입형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의 기술은 가상공간 기반 공사 현장 설계, VR 여행 콘텐츠, 군사 훈련, 사이버 모델 하우스, FPS 게임, 재난 대응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윤 교수는 “치매 환자에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들은 밖에서 운동하기가 힘든 상황인데 실내에서도 밖에서 운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치매 환자에게 운동은 인지 능력 개선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연구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오는 16일 서울 코엑스A홀 컨퍼런스C에서 열리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4 테크마켓’에서 이 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는 “결국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핸드폰과 인터넷이 대표적인 수단이었다”며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데 있어서 이 기술로 실제감을 주는 상호작용이 이뤄지고 더욱 깊은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24 테크마켓은 ‘그린비즈니스위크 2024(GBW 2024)’의 특별 부대행사로 마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카이스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4대 과기원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행사는 우수 R&D(연구개발) 성과를 국내 대·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에 소개·이전해 기존 제품·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행사는 기존 과기원별 단독 설명회와 달리 과기원 4곳이 한데 모여 준비하는 통합형으로 치뤄지는 데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AI(인공지능) 기반 공공 R&D 기술사업화 유망성 탐색 플랫폼 ‘아폴로'(Apollo)를 통해 선정된 기술과 궁합이 맞는 기업을 매칭, 기술이전 및 사업화 성공률을 더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아폴로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진성 수요를 파악하고, 선정된 기술에 관심을 가질만한 수요기업을 예측해 알려준다. 또 해당 기술로 개발한 제품·서비스 관련 시장 규모와 경쟁사 분석 정보도 제공한다.

행사장엔 4대 과기원 공동상담부스가 설치돼 핵심기술 8건에 대한 일대일 현장상담이 이뤄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국가 12대 전략기술과 탄소 중립 관련 기술에 관심있는 기업들에 대한 R&D 사업 자문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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