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시절 꿈은 작가였지만, 정확한 목표 없이 막연한 꿈을 꾸는 정도였다. 어느 날 의도하지 않은 책이 덥석 출간되고 난 뒤에도, 글쓰기 자체에 관한 관심 이외에 더 나은 원고를 출간해야 한다는 압박은 별로 가지지 않았다. 그러다 새로운 원고를 꾸준히 쓰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 글을 쓰는 일을 함에 있어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색다른 경험이 색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듯이, 늘 똑같은 패턴의 글을 쓰는 것보다 새로운 경험을 통한 글쓰기를 하는 것이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장편소설, 희극, 방송대본, 부동산, 세법, 심리학 등등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는 확실히 좋은 기회가 된다.
탐사보도 기자 출신으로 일본 최고의 지성인으로 알려진 故다치바나 다카시는 10만 권이 넘는 책을 소장한 고양이 빌딩의 소유주였으며, 공산당 연구, 천체물리학 등 정치, 사회, 과학을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히 깊이 있는 저작들을 많이 남겼다. 미지의 경계를 철저히 파고들어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한 다치바나 다카시는 저서 한 권을 집필할 때마다 평균 500여 권의 논문과 관련도서를 탐독한다고 밝힌 그는 평생 3만 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고 술회한 적 있다. 다독이 다작으로 이어지고, 다작은 곧 다양한 저서를 출간하는 데 도움이 된 셈이다.
교육분야와 독서에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 뿐, 어떤 분야의 책이나 원고도 평소부터 깊은 관심을 갖고 읽어왔거나 쓴 경험은 별로 없다. 다만 낯선 경험을 좀 더 새로운 지식으로 벼르고 익히기 위한 노력이 활자로 남기는 과정이었던 것은 맞다. 나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험을 하고, 평소에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고, 평소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던 책을 읽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논문을 검토하는 일들이 모두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기회들이었던 셈이다.
글을 쓰는 일 앞에서 기준점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세계관에 국한되기 마련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배운 만큼 아는 법이다. 신문, 책, 논문, 잡지 가릴 것 없이 눈과 귀를 열어놓는 열린 마음이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이유다. 5일장, 7일장에서도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들이 많다. 심지어 시대의 흐름을 따라 활성화되고 있는 SNS에서도 보고 배울 게 많다.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웹툰, 스레드, 릴스, 쇼츠에서도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흐른다. 글은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모두 사람을 향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어디에든지 사람들은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는 곧 낯선 경험이 되고, 낯선 기회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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