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몽블랑터널에서 화물차 사고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초기 발화지점을 확인하지 못했고, 연기로 인해 폐쇄회로(CC)TV로 사고 실황을 확인하는 것도 어려웠다.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구조대원들은 일단 화재 진압에 나섰으나 진입이 어려웠다. 화재는 53시간동안 지속됐고, 39명의 사상자를 냈다. 터널 내 최초 사고 지점만 제대로 파악됐다면 빠르게 진압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터널만 들어가면 위성항법시스템(GPS) 신호가 잡히지 않아 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한국도로공사의 실증 실험 결과, 3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100% 정상 가동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술이 범용화하면 터널 안에서도 GPS를 추적해 교통 상황에 맞게 길을 안내해 터널 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한곡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수도권제1순환선 수리·수암터널 2곳에 GPS 정보제공 시스템이 설치됐다. 도로공사는 설치 이후 이날까지 GPS 정보 제공이 100% 성공했다고 밝혔다.
GPS 정보제공시스템은 정밀한 시각 동기화를 통해 인공위성에서 받는 신호와 거의 차이가 없는 신호를 지하공간에 만들어 준다고 한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별도의 보완 없이 GPS 센서가 내장된 기존 내비게이션 장비를 하늘이 보이는 공간에 있는 것처럼 이용할 수 있다.
최근 터널 연장과 지하 고속도로 건설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GPS 통신 단절 구간이 늘고 있다. 특히 터널에서 나들목(IC)으 직접 연결되는 출구가 많은 장대터널에선 GPS 통신 단절로 교통 안내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운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 양재IC에서 광명 소하IC까지 약 12.4㎞를 잇는 강남순환로가 대표적이다. 강남순환로는 양재에서 소하방면으로 이동하는 동안 선암IC, 사당IC, 관악IC까지 3개의 나들목이 나온다. 목적지로 가기 위해선 적절한 출구를 찾아 IC로 빠져야 하지만 장대터널 내에서 GPS 통신이 원활하지 않아 출구를 놓치는 운전자가 많다.
일부 운전자는 120 전화상담을 통해 강남순환로 터널내 GPS 수신 불량으로 착오 진입이 발생했다고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는 “터널 내에서 G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위성 신호가 터널의 구조물에 의해 차단되기 때문”이라며 “터널 진입 전 안내표지판과 노면 방향표시, 도로전광판 등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할 뿐이었다. 터널 내 GPS 통신 불가로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니 안내표지판을 주시하고 노면 방향표시에 따라 운전을 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원우 도로교통연구원 디지털융합연구실 수석연구원은 “국내 고속도로 터널 전 구간에서 GPS 통신이 안 된다”면서 “지하고속도로에서 분기점이나 합류점의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때 제공받지 못하면, 운전자는 당황하거나 돌발행동을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큰 재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 나섰다. 터널 外 GPS 위성정보를 터널 內로 전달하기 위한 중계기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GPS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찾았다. 하지만 터널 내 안정적인 GPS 수신을 위해선 반사파 간접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나왔다.
이를 해결하고자 도로공사는 위성과 GPS 중계기 간 시간 동기화(10억분의 1초) 기술을 개발하고, 중계기를 장대터널과 지하고속도로 내 50m 간격으로 설치했다. 설치 이후 실증 결과 GPS 정보 수신 과정에서 오류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시스템 성능 최적화를 위한 설치 가이드 및 성능기준을 수립하고, 인제양양터널과 남한산성터널 등에서도 시범 운영을 할 방침”이라며 “자율주행 4단계(고도 자동화)나 그 후의 5단계(완전 자동화)를 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GPS 신호가 필요하다. 터널 내 GPS 정보제공시스템의 활용도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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