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트윈 물관리 플랫폼’ ‘인공지능(AI) 정수장’ ‘스마트관망관리’ 등 3대 물관리 초격차 기술을 확보한 한국수자원공사가 대한민국 물길을 국경 넘어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수공이 1967년 창립이래 산업화와 국가산업단지 개발을 견인하고 최근 탄소중립 물특화 스마트도시 ‘부산 에코델타시티(EDC)’ 등을 구축하며 입증한 도시개발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 본지는 수공이 한국형 스마트시티 모델 수출을 타진 중인 필리핀 제2의 마닐라 ‘뉴클락시티’를 직접 찾아 상·하수도 개발사업 타당성조사(FS) 현황을 직접 취재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약 90㎞ 차로 내달려 클락국제공항, 클락자유무역지구를 지나 ‘뉴클락시티’에 진입했다. 제리코 본독 필리핀 기지전환개발청(BCDA) 과장은 2019년 동남아시아게임을 치른 올림픽 경기장에 위치한 필리핀 정부 행정센터에서 ‘뉴클락시티’ 프로젝트 청사진을 소개했다.
필리핀 정부는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팜팡가주 미군 공항이 위치했던 클락지역을 경제개발 특구로 지정해 BCDA 주도로 국가 발전과 경제성장의 거점으로 삼았다. 미군 주둔지로 사용되던 ‘뉴클락시티’는 성남 분당 신도시의 6배 수준인 9450㏊ 부지에 거주민 120만명과 근로자 80만명이 상주하는 친환경 주거단지로 조성된다. 필리핀 정부는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디지털 전환을 주요 국가 과제로 설정하고 뉴클락시티를 국가 대표 스마트시티로 건설할 방침이다. 2016년 착공돼 △정부2청사△연구개발(R&D)△상업△교육△관광(골프리조트 등) 5개 지구로 나눠 개발 중이다.
앞서 마닐라 시내 기존 미군 지역인 포트 보니파시오가 전면 개혁해 필리핀 핵심 상업지구 ‘마카티’와 경쟁할 수 있는 신흥 상업지구로 도약한 바 있다. 보니파시오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필리핀 정부는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뉴클락시티를 제2의 마닐라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수공은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부산 에코델타시티, 화성 송산그린시티 등 지속가능한 친환경 스마트시티를 개발한 경험을 앞세워, 필리핀 뉴클락시티 프로젝트 입찰 경쟁에 상·하수도를 시작으로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한국과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은 필리핀 정부는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변화로 물 부족과 함께 홍수·태풍 등 자연재해로 물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수처리·공급능력이 부족해 상수도 보급률은 약 40% 불과해 수도 마닐라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은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필리핀은 국가의 최대 현안과제로서 물 공급·위생 개선을 위한 국제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작년 11월 안토니아 율로-로이자가 필리핀 환경·수자원장관은 윤석대 수공 사장을 면담해 수공의 디지털 물관리 경험 공유를 요청했다.
제리코 과장은 “필리핀 전역에 수질이 좋지 않아 고생하는 곳이 많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물분야 선두주자로 많은 전문기술을 확보한 만큼 고품질 용수를 만들 것이라 믿는다”라면서 “부산 에코델타시티 등 실제 사례가 있고 타당성조사도 진행하고 있어 기술적 부분에서 경쟁력있는 입찰 참가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수공은 지난 7월 필리핀 BCDA와 뉴클락시티에 지하수 저류댐부터 상하수도의 물순환 전반에 걸친 건설·운영계획과 함께, 디지털트윈, AI, 스마트상하수도(SWNM)의 초격차 기술을 도입하는 FS 업무협약을 체결, 필리핀 뉴클락 신도시사업 물문제 해소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수공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의 FS 지원사업에 뉴클락시티 상·하수도 프로젝트를 신청해 선정됐다. 현재 수공은 엔지니어링 업체 삼안을 FS 사업자로 선정하고 과업을 감독 중이다. 수공은 오는 12월까지 과업이 종료되면 BCDA 측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필리핀 정부는 25년 이상 장기계약 조건으로 물분야 개발·공급자를 물색 중이다.
수공은 본 사업을 수주해 연차별로 뉴클락시티 내 ‘지하댐~정수장~공급관망’ 등 상수도 인프라는 물론 ‘관거~하수처리장’ 등 하수도 인프라까지 신설·운영해 물순환 전 과정을 사업화한다는 계획이다. 과업 착수 후 5년 내 준공하고, 25년간 운영하며 2055년까지 상수도 15만㎥/일, 하수도 12만㎥/일 시설용량을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비는 FS 후 확정될 예정이다.
민휴 수공 필리핀사업단장은 “필리핀은 마닐라는 제외하고 90%가 관정 즉 우물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취수원을 찾고, AI로 데이터를 검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하수저류댐을 뉴클락시티 내에 건설해 부족한 수원을 확보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공은 필리핀 물문제 해소를 위한 파트너로서 주목받은 것은 2016년 필리핀에 현지 사무소를 개소한 이후 물 인프라 분야에 협력을 지속해 온 점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수공은 지난 2010년 이후 앙갓 수력발전 사업과 불라칸 정수장 사업을 수주해 필리핀 물 인프라를 구축했다. 2008년부터 필리핀에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시작으로 라오그강 홍수 예·경보 시스템 구축사업, 낙후된 원주민 마을에 봉사단을 파견해 마을 도서관 구축, 식수 개선 등을 지원하고 있다.
수공 관계자는 “이번 뉴클락시티 상하수도 사업을 통해 글로벌 물기업으로서 첨단 물관리 기술을 활용해 필리핀의 물문제 해소에 기여하겠다”면서 “국내 물기업 뿐만 아니라 도시 등 인프라 분야 원팀 코리아의 필리핀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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