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은 14일, 북한이 동해선과 경의선 도로에서 폭파 작업을 준비 중인 동향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지난 9일 유엔군사령부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북 간 모든 육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고 방벽과 지뢰를 설치해 요새화 작업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쪽 국경 일대에서 전쟁 위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며, “공화국의 주권 행사 영역과 대한민국 영토를 철저히 분리하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이러한 조치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수위를 한층 높이며, 사실상 단절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은 우리 측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군사 도발에 나서려는 명분 쌓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4일 정례 국방부 브리핑에서 “예의주시하면서 실제 도발 가능성에 대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모든 사태는 북한의 도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북한은 추잡하고 저급한 쓰레기 풍선부터 중단하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국면 전환을 위해서 우주 발사체를 발사한다든가 경의선·동해선 등에서의 보여주기식 폭파, 또 작은 도발들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군은 이에 대해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명수 합참의장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군사분계선 인근 사진을 공개하면서 “현재 경의선과 동해선은 완전 철거됐다”며 “대전차 방벽과 유사한 형태로 10여 곳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도로 폭파 준비와 육로 차단 조치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 실질적인 군사적 긴장 조성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군 당국은 비상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 측은 평양 무인기 침투 주장, 쓰레기 풍선 살포, 남한과의 국경 단절 등의 행위는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닌 북한 내부 통제용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3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평양 방공망이 뚫렸다고 해서 느끼는 손해보다, ‘대한민국이 무인기를 보내서 북한을 위협하고 있기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우리가 강력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체제 위협을 강조해서 내부 통제를 하는 데 더 이점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그만큼 북한 내부가 흔들린다는 방증을 보여줬다”고 관측했다.
북한이 6~18개월 내 도발 가능성이 크다는 외신 관측에 대해선 “하지 못한다고 생각 한다”며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는다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이 지난 7일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북한이 향후 6~18개월 사이에 극단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안보상황점검위원회’ 구성…남북 긴장 관계 대응
정치권에서도 남북 간 긴장 관계 고조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안보상황점검위원회’를 구성해 남북 긴장 관계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위원회는 박지원 의원을 위원장으로 구성된다. 박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위원회 명단을 발표했다. 간사에는 위성락 의원, 자문위원 겸 위원으로는 김병주 최고위원과 정동영·이인영 의원이 임명됐다.
이외에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박성준 의원, 외통위원회 소속 윤후덕 의원,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참 의원, 정보위원회 소속 박선원 의원이 포함됐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국정감사 일정을 조율해 첫 회의를 이르면 이날 중 소집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날 “평양 무인기 침투 사태에 대해 정부 차원의 안보 점검과 국민에 대한 설명 의무를 행하지 않았다”며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상황 파악과 설명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해당 위원회 마련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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