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야심차게 출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가 킬러앱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3499달러(약 470만 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에 판매량이 적고, 기기 보급이 늦어지니 전용 앱 제작 유인이 사라지는 악순환이다. 애플은 ‘염가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으나 여전히 2000달러(약 270만 원)를 넘는 고가를 자랑할 전망이어서 향후 ‘비전’은 어두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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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비전 프로용 앱 개발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가상현실 앱 개발자 중 일부가 비전 프로 전용 앱 개발을 포기하는 등 새 앱 출시가 둔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분석업체 앱피겨에 따르면 올 9월 비전 앱 스토어에 출시된 앱은 단 10개에 불과하다. 첫 두달간 수백개가 출시됐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초라한 수치다. 앱스토어 전체로 확대해봐도 비전 프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앱은 1770개에 불과했고 전용 앱은 이 중 34%에 머물렀다.
애플이 8월 기준 비전 프로용 앱이 2500여 개라고 밝힌 점과 상반되는 수치다. 앱피겨는 등록된 앱 중 일부는 사용량이 매우 적어 분석 업체가 감지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실 사용자가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는 뜻이다.
이는 아이폰, 애플워치 등 애플 대표 기기 출시 당시와 상반되는 결과다. 2008년 아이폰용 앱스토어 출시 1년 후 등록된 앱 수는 5만 개에 달했다. 애플워치 앱은 출시 후 5개월만에 1만 개를 넘어섰다.
처참한 판매량에 전용 앱을 제작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애플 전문 분석가인 궈밍치 TF증권 애널리스트는 출시 전 70만~80만 대로 예상하던 올해 비전 프로 판매량을 40만~45만 대로 낮춰 잡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 2분기 비전 프로 판매량은 1분기보다 80% 줄었다고 봤다. 초기 구매자 대다수가 환불을 택했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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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프로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가상현실(VR) 헤드셋 시장은 여전히 메타가 지배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분기 전체 헤드셋 시장에서 메타 퀘스트 시리즈 점유율을 74%로 집계했다. 현재 메타 퀘스트 스토어에 등록된 앱은 3500개 가량으로 비전 프로 전체 앱 2배에 달한다.
애플은 가격을 내린 신제품을 준비 중이지만 여전히 접근성은 낮아 보인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대당 2000달러 내외의 비전 프로 후속작을 내년 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애플 비전 프로덕트 그룹이 최소 4개의 새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가격을 내린 헤드셋이 이르면 내년 출시되고 2세대 비전프로는 2026년 등장할 전망”이라고 했다.
애플은 더 저렴한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사용자 눈을 외부에 보여주는 ‘아이사이트’ 기능 등을 제거해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중저가’라지만 2000달러는 여전히 비싸다. 경쟁사 메타가 지난달 공개한 퀘스트3S가 299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에 미뤄보면 가격 차이가 크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이 기기 판매량이 비전 프로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크게 기대되지는 않는다”며 “애플은 더 이상 신기술의 선두주자가 아니고, 세상은 더 이상 애플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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