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곳이 넘는 공공기관이 성과급을 못 받는 ‘최하위 등급’을 한 명도 선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가 가장 낮은 직원도 성과급을 수령한 것이다. 정부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최하위 등급을 별도로 분리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기관이 상당수라는 의미다. 기관 내 성과 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4 정기국회·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공기업·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들이 올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차등화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예산운용지침을 통해 경영평가 성과급과 내부평가 성과급이 개인별(부서별)로 엄정한 내부 성과평가를 통해 차등 지급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최하위 등급을 포함해 차등 등급 수를 6개 이상으로 설정하라고 했다.
그러나 예정처에 따르면 공기업·준정부기관 중 경영평가 성과급의 경우 13개 기관에, 내부평가 성과급의 경우 18개 기관에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최하위 등급이 존재하지 않았다.
올해와 작년 모두 경영평가 D등급을 받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올해 1121명의 임직원에게 총 163억937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성과급 지급 등급 수는 5개에 불과했고, 결과적으로 모든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 국가철도공단(코레일), 에스알(SR),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부동산원, 신용보증기금 등에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최하위 등급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100곳의 기타공공기관에서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최하위 등급이 존재하지 않아 성과가 가장 낮은 직원도 성과급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자원공단 등이 해당한다.
음주 운전 등 중징계를 받은 사람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기관도 있었다. SR은 지난해 음주 운전으로 정직 3개월과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은 직원 2명에게 총 2500만원을, 올해 음주 운전으로 정직 3개월과 견책 처분을 받은 직원 3명에게 총 2000만원 상당의 성과급을 각각 지급했다. SR의 내부규정에 따르면 음주 운전 등 중대 비위로 파면·해임·정직 등의 중징계 처분을 받아야 성과급 지급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성과급 차등 지급 규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최고 등급의 성과급 지급액이 차하위 등급 지급액의 2배 이상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최고 등급 지급 인원 비율이 10% 이상, 최저 등급 및 차하위 등급 인원의 합이 10% 이상이어야 하며 특정 등급이 5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예정처는 경영평가 성과급의 경우 8개 기관, 내부 평가급의 경우 21개 기관에서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아, 최고 등급 성과급 지급액이 차하위 등급의 성과급 지급액의 2배 미만으로 설정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고성과자와 저성과자 간의 차등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예정처 관계자는 “성과급은 공공부문 종사자의 동기 유발을 통해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지급되는 것”이라며 “각 공공기관은 성과급의 지급 취지와 지침의 내용 등을 고려해 성과급 차등 지급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성과급 지급 규정을 강제할 수 없는 만큼 경영평가에 이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자율 경영을 보장해야 해 지침을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 “경영평가 항목에서 ‘예산운용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고, 성과급 제도가 규정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세심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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