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으로 촉발됐지만…
여권 전방위로 확산, 당 안팎이 ‘시끌시끌’
‘明 수사’엔 한목소리…”한낱 브로커 불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으로 시작된 명태균 씨와 관련된 논란이 여권을 뒤흔들고 있다. 명 씨가 얽힌 인사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그치지 않고, 유력 여권 인사들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당내에선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 및 여권 인사들과의 친분을 활용해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정치 브로커’들 중 한 명일 뿐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지만, 의혹 해소를 위해 대통령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남 지역 정가’서 활동하던 명태균씨
대선 앞둔 2021년 ‘尹 부부’와 접촉해
‘2차례 만남’ 대통령실 주장 틀어지며
‘명씨-尹 관계론’에 정치권 이목 집중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연관되기 시작한 건 지난 대선을 앞둔 2021년이다. 명 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연결고리는 김영선 전 의원이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인 김 전 의원이 명씨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윤 대통령은 2021년 7월 즈음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 등의 소개로 명 씨를 자택에서 두 차례 만났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대통령실의 해명과 여권 관계자발 전언은 서로 엇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명 씨와 함께 윤 대통령을 만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만 김영선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뿐 아니라 박완수 경남도지사까지 4명이다.
특히 김 전 의원을 제외한 다른 인사들은 자신들이 명 씨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한 게 아니라 명 씨의 주선으로 윤 대통령과 만났다는 입장인 만큼 정치권의 의구심은 더 커지는 상황이다.
4·10 총선 공천 발표를 앞둔 지난 2월 명 씨와 김 여사가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JTBC 보도도 문제다. 앞서 대통령실은 “경선 막바지쯤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 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 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해명했는데, 물론 대통령은 아니지만 김 여사가 이후로도 명 씨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것은 석연찮은 대목이다.
앞서 JTBC는 명 씨가 보낸 김 전 의원의 단수공천을 요구하는 취지의 메시지에 김 여사가 “단수는 나 역시 좋다”면서도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답한 텔레그램 캡처본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명 씨, 尹부부 뿐 아니라 오세훈·나경원
·이준석·홍준표 등 여권 인사 접촉설도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개입설’ 포함 진실
공방 번져…당사자는 모두 “사실무근”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는 건 명 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무엇을 제공했고, 이를 통해 무슨 이득을 얻으려고 했느냐는 점이다.
명 씨 스스로는 자신이 대선 기간 중 윤 대통령 캠프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 씨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던 윤 대통령과 이준석 당시 대표 사이를 봉합했던 ‘치맥 회동’과, 대선 당시 화두였던 윤 대통령과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에 자신이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정권교체 과정에 ‘관여’했다는 명 씨가 이를 바탕으로 김 전 의원의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명 씨가 김 전 의원이 공천받을 수 있도록 윤 대통령 부부에게 부탁했고, 실제로 공천 개입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해당 주장들은 모두 전언과 주장일 뿐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또 명 씨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김 전 의원의 경남 김해갑 ‘험지 출마’를 김 여사와 논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 의혹 역시 JTBC의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가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하고 지금은 김 의원이 약체 후보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고 하니, 명확하게 ‘공천 개입’이라고 말하기엔 설득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당시 김 전 의원은 공천을 받지도 못했다.
문제는 명 씨가 윤 대통령 부부보다도 온갖 여권 인사들을 끌어들인 주장들을 펼쳐대면서, 김 전 의원이 아니라 여러 다른 유력 인사들에게로 무차별적으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명 씨의 각종 인터뷰와 페이스북 메시지 등에 따르면, 명 씨는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오세훈-안철수의 단일화 △2021년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이준석 전 대표 관련 여론조사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7·23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시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 의원과도 만났다고 하며,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박완수 경남도지사 등의 경선 및 공천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3월 1일 경남 하동 칠불사에서 김 전 의원이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폭로하는 대가로 개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받는 모종의 거래를 이 의원을 상대로 시도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도 명 씨가 얽혀있다. 관련 의혹에 거론된 여권 관계자들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법적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與 내부선 계파 막론하고 “명태균 엄중
수사하고 구속해야” 목소리 터져나와
일각선 “대통령실 더 확실히 대응해야”
최규선·박태규 등 브로커 끝은 ‘구속’
당 안팎에선 명 씨와 관련한 의혹에 엄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명태균 씨가 연관됐다고 한 건들은 전부 증거가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면서도 “대통령실의 부실한 해명과 김 여사를 물고늘어질 수 있는 꺼리를 야권에 줄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문제를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명 씨 문제와 관련해선 계파와 관련없이 엄중한 조사와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게 여권 내의 중론이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10일 인천 강화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명씨를 “협잡꾼 정치 브로커”라고 표현하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대한민국이 이렇게 허술한 나라인지, 악질 사기 전과가 있는 허풍쟁이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인물)이 정말 나라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지 한번 보고싶다”라며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라도 수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수사를 해서 한 번 꼭 구속해달라”고 강조했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지난 대선후보 경선기간 당원명부가 명 씨에 유출됐단 의혹에 대해 “이 당원명부가 그 이후에 명태균이란 사람에게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우리가 지금부터 차근차근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조사에 따라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면 그런 조치를 하겠다는 말씀드린다”라고 선언했다.
특히 명씨가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를 구속하면) 한 달이면 (윤 대통령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느냐고 검사에게 말할 것” “아직 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 입을 열면 세상이 뒤집힌다”고 말한 점에 개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3일 페이스북에 명 씨를 가리켜 “뭐가 겁나서 수사를 미적거리나. 조속히 수사해서 엄정하게 처리하라”며 “선거 브로커 허풍 하나가 나라를 뒤흔드는 모습은 단호히 처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대중정부에서 여권 실세들과의 친분을 활용해 이권을 얻었던 최규선 씨나,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검찰 인사들을 공략하며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로 뛰었던 박태규 씨 등 정치 브로커의 끝은 결국 구속으로 귀결됐던 바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에는 브로커라든지 선거 전문가라든지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들에게도 선이 있다”며 “명 씨는 그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법적인 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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