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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후 첫 주말, 서울 곳곳에서 전에 본 적 없는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고 나까지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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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야외도서관에서 책 읽는 시민들. ⓒ뉴스1
소설가 한강/야외도서관에서 책 읽는 시민들. ⓒ뉴스1

“평소 바쁘다 보니 책 읽기가 후순위가 되곤 했는데 이번 기회에 마음 다잡고 다시 책을 읽어보려고요. 한강 작가님 책부터 독파하려고 처음으로 ‘서점 오픈런’이란 걸 해봤어요!”

13일 오전 11시께 친구와 함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차려진 야외도서관 ‘광화문 책마당’에서 소설가 한강의 책 ‘소년이 온다’를 읽던 이이슬(30)씨의 말이다. 이씨는 온라인 서점에서 한강 작가의 책을 구매하려다 ‘예약’이 뜨는 걸 확인하고는 아침 일찍부터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를 찾았다. 그는 “오랜만에 한국 사회에 좋은 일이 생긴 것 같아 기쁘다”며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우리 국민들에게도 책을 더 가까이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책마당'을 찾은 시민들이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다. ⓒ뉴스1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책마당’을 찾은 시민들이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다. ⓒ뉴스1

지난 10일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알려진 뒤 국내에서는 뜻밖의 책 읽기 바람이 불고 있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당일 한 작가의 베스트셀러가 모두 팔리는가 하면, 야외도서관도 한 작가 작품을 읽으려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날 오전 한겨레가 찾은 광화문 책마당에도 책을 읽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빼곡했다. 서울시는 전날부터 서울야외도서관(책읽는 서울광장·광화문 책마당·청계천 책읽는 맑은냇가) 3곳에 한강 작품 10종, 총 216권(번역본 포함)을 전시해 방문하는 시민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행인들도 발길을 멈추고 진열된 한 작가 작품들을 구경하고, 광화문을 배경으로 책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번역본을 하나씩 골라잡고 자리를 잡은 외국인들도 곳곳에 보였다.

시민들은 한 작가의 수상을 하나같이 감격스러워 했다. 두 자녀와 야외도서관을 찾은 조소영(41)씨는 “5·18 민주화 운동과 제주 4·3 등을 다룬 한강 작가님이 상을 타서 더 감격스러운 것 같다”며 “아직 ‘채식주의자’만 읽은 상태인데 한강 작가님이 아픈 역사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다른 책들도 하나씩 읽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번역 일을 하는 정현지(44)씨는 “문학계나 출판업계도 이번 수상이 기쁘겠지만 번역업계 사람들도 큰 힘을 얻었다”며 “한강 작품 외에도 뛰어난 국내 작품이 많은데 이번 기회에 번역 쪽에도 붐이 일어서 세계인이 우리 문학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절기상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秋分)인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 책마당에서 시민들이 깊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 ⓒ뉴스1
절기상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秋分)인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 책마당에서 시민들이 깊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 ⓒ뉴스1

책 읽기를 다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마포구에서 온 취업준비생 이수한(25)씨는 “취업 준비로 바쁘지만 이번 계기로 책 읽기 습관을 다시 가져보려 한다”며 “문과 출신에 늘 따라붙는 말이 ‘문송합니다’(문과라 죄송합니다)란 말인데, 한강 작가의 수상 덕에 조금이나마 한국 사회가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온 벤 클라크(23)씨도 “한국 문학이 이렇게 섬세하고 훌륭한지 몰랐다”며 “앞으로 한국 문학을 많이 찾아보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책나눔이 활발히 이뤄지는 등 책 읽기 열풍이 한창이다. 누리꾼들은 한강의 수상을 축하하며 본인이 가진 한 작가의 책을 무료로 나누거나, 이번 기회에 책 읽기 열풍을 일으키자며 서점 ‘기프티콘’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한 작가 작품뿐 아니라 다른 국내 문학, 특히 여성 작가가 쓴 작품을 추천하는 글들도 잇따르고 있다. 전날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는 이례적으로 ‘교보문고’가 실시간 트렌드로 오르기도 했다.

한겨레 박고은 기자 /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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