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로 불리는 명태균 씨의 입이 연일 여권을 흔들어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오세훈, 김종인, 이준석, 안철수, 나경원, 홍준 등 유력 정치인들을 거명한 명 씨는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자신의 역할이 이들의 입지에 작용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명 씨는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를 운영했으며 여기서 실시한 여론조사와 자신의 정치권 인맥을 토대로 입지를 다져 현 정부에서 ‘입각 제의’를 받았다는 주장까지 거침없이 내놨다.
거론된 이들은 명 씨의 주장이 허세와 거짓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과장되게 부풀리려는 전형적인 브로커의 발언일 뿐 신빙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일부 당사자들 간 해명이 서로 다른 부분도 나타나면서 사실관계를 두고 관련자들 간 진실게임 양상도 보인다.
여권 입장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부분은 명 씨가 의혹의 중심에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명 씨는 윤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뒤로 서초동의 윤 대통령 자택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국정 관련 조언을 했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의 2021년 국민의힘 입당 직전 당시 이준석 당 대표와의 ‘치맥회동’을 자신이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도 관여했다는 게 명 씨의 주장이다.
명 씨는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 김 여사로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참여 제안을 받았고, 입각 제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자택에서 명씨와 두 차례 만났을 뿐이라며 “과장되고 일방적 주장”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대선 경선 막바지에 이르러 ‘명 씨와 거리를 두라’는 국민의힘 정치인의 조언을 듣고 소통을 끊었다는 입장이다. 조언한 정치인은 친윤계 윤한홍 의원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명 씨의 주장을 부인하고 나섰다.
명 씨가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여론조사 비용을 부담했다는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 중이고, 후보 경선 기간 명 씨에게 당원 전화번호 약 57만 건이 유출된 경위에 대해서는 당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명 씨의 폭로로 제기된 여권 내 또 다른 이슈는 김 여사의 이른바 공천 개입 의혹이다. 김영선 전 의원의 2022년 보궐선거와 2024년 4월 총선 공천 과정에 명 씨의 요청을 받고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언론에 보도된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는 2020년 창원 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윤 대통령 부부와 통화를 해서 김 전 의원 공천을 약속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과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해당 의혹을 부인하며 김 전 의원 공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 씨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명 씨는 13일 페이스북에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떠올리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당시 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의 당내 경선 및 국민의당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과의 단일화 과정에 자신이 개입했다는 내용의 주장을 폈다.
그러나 오 시장은 당시 경선은 후보들 간 합의와 당 공식 기구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라며 “부정한 방법이 개입될 소지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명 씨에 대해서도 보궐선거에서 도와주겠다고 나선 이들 중 한 명일 뿐이라며 개인적 인연은 없다고 했다.
명 씨는 2021년 이준석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도 자신이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후보 중 열세였던 이 의원이 지지도 1위를 기록하는 여론조사를 진행해 판세를 뒤집었다는 취지인데, 이 의원은 당시 다른 여론조사 수치 등을 들어 이를 반박한 바 있다.
오 시장, 이 의원과 각각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당 대표 경선에서 맞붙었던 나경원 의원은 “의외의 현상의 연속이었다”며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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