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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정 당국이 수사를 강화하자 마약 공급자들이 2개의 해외 메신저를 마약 매매 통로로 동시에 쓰는 등 회피 전략까지 등장하고 있다. 수사로 한 곳이 적발돼 폐쇄하더라도, 다른 창구에서 매매를 이어가려는 ‘꼬리 자리기’식 꼼수다. 게다가 하늘 길을 통한 마약 밀수 수법도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 인원 확충 등 사정 당국의 수사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1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마약 거래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 오픈 채팅방과 함께 ‘○○’으로 마약 매매를 병행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새로 주문하는 이들은 텔레그램 오픈채팅방을, 이미 사고 판 이력이 있는 매매자들은 ‘○○’에서 마약을 매매하는 이원화 방식이다. 이들 마약 공급자는 사정 당국의 수사를 회피하고자 거래 내역이 있는 텔레그램 아이디를 요구하는 등 치밀함까지 보이고 있다. ‘○○’은 미국 기업이 개발한 메신저다. 텔레그램 오픈 채팅방이 주 매매 창구로, ‘○○’은 사용자가 많지 않아 극히 일부 마약 매매가 이뤄졌다. 하지만 사정 당국이 차츰 수사망을 좁혀오자 마약 공급자들이 매매 방식을 단일 창구에서 탈피, 새로운 루트를 만들고 있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지성 법무법인 안팎 대표 변호사는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지난 8월 체포된 뒤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히자 ‘○○’을 통한 마약 매매가 부쩍 늘고 있는 추세”라며 “‘○○’의 경우 사용자가 많지 않아 마약 거래가 자주 일어나지 않았으나, 최근 사정 당국이 수사에 고삐를 죄면서 마약 공급자들이 텔레그램 오픈 채팅방과 병행해서 쓰는 빈도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수사망이 좁혀지자, 두 개 창구를 동시에 쓰는 회피 전략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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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마약 매매는 물론 밀수 방식까지 해마다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특정 범죄 조직을 중심으로 마약 밀수·밀매가 이뤄졌다. 물량도 1~10㎏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량의 마약을 포장지·서류 봉투에 얇게 깔아서 숨기거나, 관련 없는 1·2차 수령자를 거치게 하는 등 수법이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마약 수사에 정통한 복수의 사정 당국 관계자는 “답례품을 꾸밀 포장지에 마약을 숨겨 밀수한 사례도 있었다”며 “마약 공급업자들이 답례품으로 쓸 디저트를 대량 주문하고, 제과점 업주에게 포장지는 따로 해외에서 들여온다고 알리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답례품을 구매해 포장한 것이지만, 실상 목적은 포장지에 마약을 숨겨 들여왔다. 특히 마약 밀수와 관련 없는 제과점 업주에게 포장을 맡기는 등 간접적으로 연루되게 해 수사에 혼선도 줬다는 게 이들 관계자의 귀띔이다. 마약 밀수 과정에 예상치 못한 인물을 끼워 넣음으로써 수사가 신속히 진행되는 것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마약 과정을 지낸 박경섭 에프앤엘파트너스(F&L Partners) 대표 변호사는 “국내 세관이 마약 밀매를 차단하자고 특송 등으로 들여오는 물품을 감시·감독하고 있지만, 실상 인력은 충분치 않아 보인다”며 “감시·감독할 물품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인력을 한정돼 있어, 마약 범죄 근절을 위한 대대적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약 감독 강화를 위해서는 포상 등 당근책도 필요하지만, 이미 폐지된 지 오래됐다”며 “대대적 인력 확보와 동시에 포상 제도 부활 등도 함께 정부가 검토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의 마약 단속 등은 다소 감소세를 보였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마약류 월간 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마약 단속 인원은 1만615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8183명)보다 11.2% 감소했다. 구속된 마약 사범 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2492명)보다 17.3% 줄어든 2061명을 나타냈다.
유형 별로는 투약과 밀매가 각각 6480명(40.1%), 4715명(39.2%)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연령 별로는 20가 5137명(31.8%)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30대(4360명, 27.0%), 40대(2447명, 15.1%), 50대(1712명, 10.6%)순이었다. 적발된 외국인 마약사범 수도 올 들어 8월까지 200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21명)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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