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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같은 축복이 한국 문학에 쏟아져 내렸다. 한국 문학의 힘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었지만 노벨문학상의 영예가 이렇게 성큼 다가오리라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좀처럼 즐겁고 신나는 뉴스가 없던 터에 스웨덴에서 날아든 낭보는 더없이 반갑다. 쉽게 예상치 못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기에 작가 자신은 물론 대한민국 모두의 기쁨은 너무나 크다. 전 세계 문화계와 언론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깜짝 뉴스로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비판적인 눈으로 보는 시각은 찾아보기 힘들다. 거대한 역사적 사건의 파고 속에서 고통받는 개인의 트라우마를 혁신적인 언어로 표현했다는 스웨덴 한림원의 평가에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를 분석하는 평론가들의 여러 글 가운데 눈길을 끄는 단어는 ‘K릿(Lit·문학)’이라는 표현이다. 한강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프랑스어로 번역한 피에르 비지우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팝, K드라마에 이어 K릿의 시대가 온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됐다”고 했다.
출판사 편집자이자 번역가인 그는 최경란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팀장과 함께 한강의 두 소설을 번역했고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 등의 프랑스어판 발간에도 참여했다. 한국 문학이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기까지 비지우 씨와 같은 뛰어난 번역가들의 공도 크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있기 전까지 한국 문학의 저력을 높게 평가했던 각국의 문화계 인사들도 언어의 장벽을 넘기 쉽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던 터다.
비지우 씨는 한강의 작품이 제주 4·3 사건, 5·18광주민주화운동처럼 아픈 우리 현대사를 통해 인간의 내면 깊이 침투한 고통과 진심을 잘 표현해냈다고 칭찬했다. 역사적 사건의 틈새 속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내면을 아름다우면서도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표현해내는 한강의 재능은 천재적이다. 서구 유럽이나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와는 다른 한국 역사의 굴곡과 아픔을 세계인의 보편적 감수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표현한 그의 글을 두고 평론가들은 뛰어난 문학적 재능의 정수라고 치켜세운다.
노벨문학상의 수상으로 한국 문학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찬란한 봄을 맞았다. 고색창연한 중세의 심연을 넘어 화려한 빛깔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것처럼 한국 문학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그동안 켜켜이 쌓아 놓은 문학적 성과를 뛰어넘어 새로운 역사의 장인 ‘K릿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젖혔다.
K팝이라는 명칭이 세계 문화 시장에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을 때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은 친숙하지 않은 이 표현에 어색해했다. 1980~1990년대에 위세를 떨쳤던 J팝도 글로벌 시장에서 그 용어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았다. H.O.T.와 빅뱅 등 한국 아이돌의 음악이 세계시장에서 조금씩 인정받으며 K팝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때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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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탄소년단(BTS)이 빌보트 핫100 차트의 1위를 연거푸 차지하면서 K팝은 라틴음악·R&B 등과 함께 세계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했다. 대중음악 시상식인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지난해 K팝 부문상이 신설됐다. J팝이라는 장르에 입을 삐죽이는 이들도 K팝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호불호를 넘어 거대한 트렌드와 중요한 대중음악 장르로 받아들이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 분위기다.
비지우 씨는 머지않아 K팝·K드라마와 함께 K릿이 보편적인 용어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문학의 저력을 인정하는 세계적인 평론가들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점으로 세계 문학계가 K릿을 중요한 장르로 다룰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한강의 글만이 아니라 모든 훌륭한 예술 작품은 인간의 상처를 보듬어 준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맞이한 봄의 기운이 트라우마 속에 적대적인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서로에게 꽁꽁 문을 닫고 있는 우리 사회의 냉기를 녹여주기 기대한다. 한국 문학에 벼락같은 봄을 안겨 준 한강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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