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
UNIST 교원창업 ‘터넬’·학생창업 ‘퀀타이즈랩스’
국내 최고 딥테크(첨단기술) 경연장으로 주목받는 ‘2024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 결선이 오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KAIST, DGIST, UNIST, GIST, 포스텍이 주최하는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은 R&D 기술이전·사업화 촉진과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지역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올해가 세 번째다. 올해 대회 결선에는 5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기술사업화팀·산학협력팀·창업진흥센터 내부심사와 유니콘팩토리가 별도로 선정한 10명의 심사위원의 집중심사를 거친 교원창업 5개팀과 학생창원 5개팀, 총 10개팀이 올랐다. 결선에 오른 대학별 창업팀의 팀구성, 기술력, 사업성 등 면면을 소개한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AI 시대 전력난 해결사 떴다…세계 첫 초절전 3진법 반도체 개발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원창업기업 ‘터넬’
김경록 대표 “반도체 넥스트 패러다임 만든다”
AI(인공지능) 반도체는 많은 전력을 소모해 ‘전기 먹는 하마’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는 전류가 흐르는 상태를 1로, 흐르지 않는 상태를 0으로 인식해 처리한다. AI가 학습과 논리계산을 할 때 1과 0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스위칭(변화)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열이 발생한다. 데이터센터(IDC) 전기의 40%가 열을 식히는 냉각에 사용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기존에 서버에 찬 바람을 불어넣어 열을 낮추는 방식에서 벗어나 장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액체(냉각유)에 직접 담가 식히는 방식(액침냉각) 등을 시도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공학과 김경록 교수가 2019년 창업한
터넬은 AI 반도체의 구조를 바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전하고 있다.
터넬은 3진법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의 0과 1로 이뤄진 2진법 기반의 반도체가 아니라 0, 1, 2 세가지 값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다. 3진법으로 신호를 구현하면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줄어든다. 그 결과 계산속도가 빨라지고 소비전력은 적게 든다. 예를 들어 숫자 128을 표현하려면 2진법으로는 8개의 비트(bit)가 필요하지만 3진법으로는 5개의 트리트(trit)만 있으면 저장할 수 있다.
김 대표는 2019년 3진법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상용 파운드리를 통해 제작, 검증했다. 또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게재했다.
터넬의 핵심제품은 T-SRAM(터너리-에스램)과 T-CIM(터너리-컴퓨팅 인 메모리), T-CIM 기반 유니브레인(UniBrain)이다.
T-SRAM은 3진법 기반의 에스렘(SRAM)이다. SRAM은 전원 공급이 계속되는 한 저장된 내용을 계속 기억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캐쉬 메모리 등에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정보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전력이 필요해 높은 전력 소모 문제를 야기한다. T-SRAM은 일반 SRAM 대비 1.41~1.45배 용량 개선이 가능하고, 초절전 특성을 가지고 있다.
T-CIM은 컴퓨팅-인-메모리 기술을 활용한 3진법 AI 반도체 칩이다. 2진법 반도체 칩 대비 연산량이 2.25배 개선됐고, AI 연산 진행 시 기존 대비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대기 전력만 소모한다.
유니브레인은 기존 2진법 구조의 뉴로모픽(Neuromorphic, 인간의 뇌를 모방해 AI 연산을 구현하는 기술) 제품 대비 1000분의 1 미만의 소모 전력을 가진 연산형 메모리다. 김 대표는 실제 뇌 수준의 초저전력으로 동작하는 3진법 뉴로모픽 프로세서를 개발, AI 반도체의 새로운 표준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터넬의 강점에 대해 반도체 소자-회로-시스템을 아우르는 다계층 기술개발 융합 연구팀과 우수한 유니브레인 연구 컨소시엄(BK21 시스템 반도체 교육연구단, UNIST 반도체 혁신선도 연구단) 구축을 꼽았다.
김 대표는 “간단한 공정 변경만으로 기존 파운드리를 활용해 3진법 반도체 양산이 가능하다”며 ”
삼성전자와
DB하이텍을 통해 검증을 완료했다”라고 말했다.
터넬은 꾸준한 논문 게재 및 학회 참석 등으로 3진법 반도체 기술력을 알리고 있다. 2023년 반도체 소자분야 저명 학회인 DRC(Device Research Conference)에선 2편의 논문이 채택됐다. 최근엔 회로설계분야 유명 학회인 A-SSCC(Solid State Circuit Conference)에 3진법 반도체 기반의 CIM 칩 구현 성과 논문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미래 반도체 먹거리인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PIM은 D램에 연산이 가능한 프로세서 기능을 더한 반도체다. 터넬은 초절전 특성을 가진 T-SRAM을 적용해 최고 효율의 PIM 시제품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연산 성능을 최적화하며 개발을 마무리하고 있다.
김 대표는 “3진법 반도체 플랫폼을 반도체 기술의 넥스트 패러다임으로 제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2025년까지 3진법 회로가 탑재된 AI 연산용 하드웨어를 시장에 공개하고, 혁신적인 AI 반도체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판중인 기존 메모리 제품들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 미래 4차산업, AI 반도체 등 전자회로가 사용되는 모든 부분에서 우리의 영역을 구축하겠다”라고 덧붙였다.
AI가 내 귀에 맞는 헤드폰 추천…개인 맞춤 ‘귀르가즘’ 시대 연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생창업기업 ‘퀀타이즈랩스’
정경민 대표 “종합 디지털 체험 플랫폼으로 성장 목표”
지난해 MZ세대(1990년 중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필수품으로 ‘무선 헤드폰’이 각광받았다. 이른바 ‘세기말'(Y2K) 스타일에 ‘노이즈 캔슬링'(잡음제거) 기능, 다양한 디자인으로 주목받으면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이달 출시된 ‘다이슨 온트랙’은 이어쿠션과 캡까지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돼, 개인 선호도에 따라 2000가지 이상 조합이 가능하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고를 수 있지만, 막상 듣는 즐거움을 주는 ‘귀르가즘'(귀+오르가즘) 제품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휴학 중인 정경민 대표는 음향기기(이어폰, 헤드폰 등) 큐레이션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6월 ‘퀀타이즈랩스’를 창업했다.
정 대표는 창업 전 3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소비자들이 음향기기 구매 결정에 고민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절반 넘는 응답자들이 ‘광고성 리뷰로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어렵고'(56.4%), ‘자신의 음향 취향과 잘 맞을지 걱정된다'(50.9%)고 답했다.
정 대표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플랫폼 기업들은 개인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하고, 사용자의 나이, 지역, 성별을 통해 맞춤 상품을 추천하는 ‘버티컬 커머스’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개인의 취향 분석이 구매 전환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소비자가 음향기기를 직접 체험하고 구매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설문 응답자의 80.1%가 구매 전 기기의 성향이 나와 잘 맞는지 알 수 없어서 구매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퀀타이즈랩스가 운영하는 플랫폼 ‘퀀슘(Quansume)’은 현명한 음향기기 소비를 위한 도우미 역할을 한다. AI(인공지능)를 이용해 개인의 성향을 분석한 뒤 맞춤형 음향기기를 추천해주고, 단기대여를 통한 체험부터 구매까지 모두 가능하다.
퀀슘은 소비자가 △가장 즐겨 듣는 노래, 장르를 넣고 △형태(오픈형, 온이어형, 오버바이형) △연결방식(무선, 유선) △노이즈캔슬링 필요 여부 △구매 고려 요소(음질, 착용감, 기능, 호환성, 디자인, AS(사후서비스) △원하는 가격대 등을 입력하면 제품을 추천해준다. 추천 제품의 장점과 단점, 상세 스펙 등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또 추천 받은 이어폰과 헤드폰의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온라인에서 체험해볼 수 있다. 퀀슘은 향후 음악 및 통화음질 체험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대여 가능한 음향기기는 헤드폰, 미디 장비, 기타, DAP(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 등 30가지가 넘는다. 가장 수요가 많은 헤드폰은 바워스 앤 윌킨스(B&W), 소니, 젠하이저, 뱅앤올룹슨 등 인기 브랜드 제품들이다. 소비자가 110만원이 넘는 헤드폰을 하루 4500원에 이용해볼 수 있다.
정 대표는 “기존의 대여 서비스와 다르게 처음부터 ‘본인의 취향’을 반영해 추천 및 대여를 해준다”라며 “음향기기에 대한 소비자의 진입장벽을 낮췄고, 구매 후 만족도를 더욱 높여 퀀슘 이용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했다.
퀀슘은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9월 기준 월간 활성사용자수(MAU)가 2500명을 넘었다. 안정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최근 중고 음향기기 판매 서비스 ‘리튠’의 시범 서비스도 시작했다.
정 대표는 내년 대여 품목을 노트북, 태블릿PC, 카메라 등으로 다각화하고, 2026년 유럽을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상품 확장 등을 통해 퀀슘을 종합 디지털 체험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라며 “렌탈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는 유럽을 공략한 뒤 2028년 미국 진출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4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 결선 10개팀 격돌
한편 이번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 결선에 오른 창업팀은 교원창업 부문 △
오믈렛(KAIST) △
터넬(UNIST) △팀로보틱스(DGIST) △온나노바이오랩(GIST) △
옵티코(포스텍)와 학생창업 부문 △RS101(KAIST) △퀀타이즈랩스(UNIST) △퀘스터(DGIST) △암모닉스(GIST) △코셀로(포스텍) 10곳이다.
결선 심사위원으로는 투자·협업·보육 등 스타트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CVC(기업형 벤처캐피탈)와 자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내 대표 대기업, 팁스(TIPS) 운영사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보육할 역량을 갖춘 AC(액셀러레이터)·VC(벤처캐피털) 대표 및 임직원이 참여한다.
심사위원은 △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전필규 부사장 △
SK텔레콤 강세원 ESG 추진담당 △
현대차·기아 제로원팀 노규승 팀장 △다래전략사업화센터 배순구 대표 △효성벤처스 김병진 상무 △
L&S벤처캐피탈 주성진 대표 △
LB인베스트먼트 구중회 전무이사 △엔슬파트너스 구원회 대표△
노틸러스인베스트먼트 임성원 대표 △퓨처플레이 권오형 대표가 맡았다.
이들은 결선에 진출한 10개팀의 기술가치, 성장 가능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 최종 승자를 가릴 예정이다. 교원·학생창업 중 대상 각 1팀에겐 머니투데이 대표상과 함께 창업지원금 300만원이 주어진다. 또 우수상, 장려상 각각 2팀을 선발, 시상과 더불어 상금 100만원, 50만원을 지급한다.
대상 수상팀에게는 한국기업가정신재단, AC패스파인더, 엔슬파트너스 등이 최대 4억5000만원을 투자하고, 팁스(TIPS) 프로그램 지원 등 각종 보육 기회도 제공된다. 또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결선 진출팀에겐 △기술·경영·해외진출 분야 전문가 컨설팅 △미디어 홍보 △후속투자 연계 △네트워킹 등 스타트업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
유니콘팩토리
‘]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