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불법 무기 6t 분량을 폐기 처리하기로 했다. 소지 허가가 취소된 일본도 등 칼 종류 6305점을 제철소 용광로에 넣어 녹여 없애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처음으로 8500만원을 예산으로 편성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금속 제품은 녹여서 다른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는데 예산을 써서 폐기 처리하는 데 그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불법 무기를 단순 폐기 처리하지 않고 어린이 놀이터나 주민 체육 시설을 만드는 데 재활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경찰, 불법 무기 6t 폐기하려고 예산 8500만원 사용
경찰은 올해 8~9월 도검(刀劍) 전수 점검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소지 허가를 취소하게 된 칼 종류 1만 3661점이 생겼다. 소지자에게 범죄 경력이나 정신 질환이 생긴 경우, 소지자 스스로 폐기 신청을 하는 경우 등에 소지 허가를 취소하게 된다.
경찰은 소지 허가 취소 대상인 도검의 46%에 해당하는 6306점을 올해 말까지 폐기 처분할 예정이다. 폐기 처분되는 칼 종류의 분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지난 8~9월 도검 전수 점검에서 소지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칼 종류 9217점도 이후 소지자 의사에 따라 폐기 처분될 수 있다.
또 매년 4월과 9월 두 차례 불법 무기 자진 신고를 받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접수한 불법 무기도 폐기 처분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 여기에는 칼 종류뿐 아니라 총기 등도 포함된다.
경찰은 불법 무기를 전국에 있는 제철소 용광로에 넣어 녹여 없앨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예산 8500만원을 처음으로 책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부터 지역별 제철소의 협조를 받아 불법 무기를 녹여 없애는 방식으로 폐기 처분해 왔다”면서 “올해부터는 폐기 처분 예산을 편성·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철소 “불법 무기 폐기 과정 번거롭고 수입도 적어”
경찰이 불법 무기 폐기 처리 비용을 지불한다고 하지만 제철소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제철소 관계자는 “제철소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루에 수백t에서 수천t의 쇳물을 녹이고 있는데 전체 6t 분량에 불과한 불법 무기를 한 제철소에서 다 녹인다고 큰 수입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제철소 관계자는 “경찰에서 불법 무기 폐기 처리 물량을 나눠서 맡길 텐데 녹여서 고철로 판다고 해도 ㎏당 300~400원을 받는 게 고작”이라며 “폐기 처리 비용을 경찰이 준다고 하지만 관공서 회계 처리하는 게 상당히 번거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무기를 제철소를 통해 폐기 처리한 경험이 있는 경찰 관계자도 “폐기 물량이 얼마 되지 않는 데다 비용 처리 과정이 복잡하다며 제철소에서 사회 차원에서 그냥 해줬다”고 말했다.
◇페루는 어린이 놀이터, 영국은 체육 시설 만드는 데 재활용
해외 각국에서는 불법 무기를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데 재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무기를 단순 폐기 처리하지 않고 지역 사회를 위한 자원으로 투입하는 것이다.
페루 수도인 리마 한 마을에 조성된 놀이터는 경찰이 압류한 총기 5000개 이상을 녹여 만들었다. 제철소에서 총을 녹인 뒤, 시소와 그네 등 놀이기구로 다시 만든 것이다. 해당 마을 주민들은 “범죄에 사용된 총이 어린이들의 꿈을 실현하는 데 사용됐다”고 했다.
또 영국 런던 남부의 한 공원에 있는 철봉 등 체육 시설은 경찰이 압수한 칼이나 흉기를 녹여 만든 것이다. 해당 시설을 조성한 자선 단체 스틸 워리어스(Steel Warriors)는 현지 경찰이 매달 1t 분량의 무기류를 압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한 뒤 체육 시설 조성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이 체육 시설에서는 무료 운동 수업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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