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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말고 살자”던 북한의 ‘요새화’…알고보면 러시아 따라하기?

데일리안 조회수  

서방과 대결하는 러시아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요새화’ 표현

요새화 공포 전 美에 별도로

연락 취한 데 주목할 필요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북한이 관련 후속 조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북한 총참모부(우리의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9일 “요새화 공사”를 예고했다.

지난 2022년 8월 북한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의식하지 말고 살자”고 언급한 이후, 약 2년여 만에 “남쪽 국경을 영구적으로 차단·봉쇄”하는 물리적 단절 조치가 마무리 돼가는 모양새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참 대상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접적지역 10곳가량에서 지뢰 매설, 구조물 설치 등을 이어가고 있다며 “봉쇄선을 설정하는 것은 정권 스스로가 고립을 강화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스스로 고립을 시행해 나간다는 것은 김정은 체제가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라며 “외부 유입 차단이나 내부 인원의 외부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가 한다”고도 했다.

앞서 북한 총참모부는 지난 9일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 공화국의 주권 행사 영역과 대한민국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공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총참모부는 “당면하여 10월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며 “제반 정세하에서 우리 군대가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인 대한민국과 접한 남쪽 국경을 영구적으로 차단·봉쇄하는 것은 전쟁 억제와 공화국의 안전수호를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말했다.

북한군이 전방 지역에서 대전차 방벽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을 건설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합동참모본부
지난 6월 동해선 가로등을 철거하는 북한 인원들(자료사진) ⓒ합동참모본부

“김정은, 푸틴 벤치마킹”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 기조를 반영해 ‘국경’ 개념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지만, ‘러시아 따라하기’ 일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평가와 함의’라는 주제로 진행된 연구원 라운드테이블에서 “최근 러시아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용어가 러시아의 요새화”라며 “러시아를 서방 문명과의 대결에서 하나의 요새로 만들고 세계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는 푸틴의 세계전략과 관련된다”고 말했다.

현 부원장은 “김정은의 최근 발언은 남한과의 물리적 단절·차단과 영토의 요새화”라며 “김정은이 현재 푸틴의 세계전략·국가전략에 상당히 동조하면서 푸틴을 벤치마킹한다고 본다. 최근 1~2년 동안 러북 관계가 군사동맹 차원까지 심화된 것도 그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은 과거 김일성 시대인 1962년 12월 ‘전국 요새화’와 함께 ‘전민 무장화’ ‘전군 간부화’ ‘전군 현대화’ 등 ‘4대 군사노선’을 채택한 전력이 있다. 요새화 표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적지 않은 배경이다.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간 직통전화의 모습. 전화기 색깔을 반영해

“김정은, 결국 대미관계 개선 바랄 것”

일각에선 요새화로 요약되는 남북 단절 조치가 미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이 대외 관영매체를 통해 요새화 공사를 공포하기 전, 관련 내용을 미국 측에 사전 공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북한군은 “예민한 남쪽 국경 일대에서 진행되는 요새화 공사와 관련해 우리 군대는 오해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부터 9일 9시 45분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남북 간 공식 연락선은 모두 불통 상태지만,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간 직통전화인 ‘핑크폰’은 운용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합사령관·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는 것은 핑크폰을 활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명수 의장은 “유엔사라든가 이런 데 통보한 것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며 “남남 갈등을 일으키고 근본적으로 자기들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오해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군사분계선 일대 문제는 평시 한국 합참의 소관이자 유엔사의 관리하에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이나 유엔사가 아닌 미군에게 통지를 보낸 것은 도발과 긴장의 책임을 한국에 돌리고, 자신들은 우발적 충돌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 전달 의도”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작년 12월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올해 들어선 미 본토 타격 능력을 현시하지 않고, 7차 핵실험도 유보하는 등 미국과 대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에 대해서는 최대치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한반도 긴장을 원치 않는 미국에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한미 갈라치기’를 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도 “김정은이 원하는 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라며 “김정은은 분명 미 대선이 끝나면 현실론·핵군축론·핵동결론의 입장으로 관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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