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수위 조절 없다…’국민 우려’가 먼저
“대통령실 인적쇄신 필요” 여사라인 정조준
친윤계 향해 “국민이 상식에 반한단 말이냐”
재보선 승리 이끌어야 ‘독대’도 의미 있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향한 국민적 우려에 부합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발언 수위를 조절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양새다. 김 여사에 대한 부산 민심의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10·16 재보선을 앞두고 표심과 눈높이를 맞춰가는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한동훈 대표는 12일 오전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유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그것(대통령실 인적 쇄신)은 정부·여당이 민심에 따라서 쇄신하고 변화하고 개혁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 여사와 수시로 교신한 것으로 알려진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나 ‘한동훈을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는 발언을 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과 관련해서도 “명태균·김대남 씨 같은 분들이 설칠 수 있고, 이런 분들에게 약점 잡힌 정치가 구태정치”라며 “구태 정치인을 상징하는 정치 브로커들이 보수 정치에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0일 인천 강화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직후 기자들에게 김 여사의 대외 활동과 관련해 “당초 대선에서 (내조에만 전념하겠다고) 국민들께 약속한 부분 아니냐. 그것만 지키면 된다”고 사실상 활동 자제를 압박한데 이어, 이른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도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재보선 현장 지원에 나설 때마다 김 여사를 향한 발언의 수위가 차츰 높아지는 모양새다. 특히 대통령실 인적 쇄신까지 거론한 것은 용산 대통령실의 이른바 ‘여사 라인’을 정조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짚었다는 관측이지만, 자칫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범한 것으로도 보일 수 있어 당정 간의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재보선 직후에 윤 대통령과 독대를 하기로 예정돼 있음에도 한 대표가 ‘가장 예민한 사안’인 김 여사 관련 발언 수위 조절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권에서는 그만큼 재보선 현장에서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좋지 않아 이것이 선거 판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사 라인’ 겨냥, 가장 예민한 사안이지만
‘국민 민심’ 속으로…눈높이 맞추는 발언
재보선 2대2는 해야 ‘당당한 독대’ 가능
독대 관해선 “얘기 드릴 것 없다” 후순위
한 대표 입장에서는 당면한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독대’도 하는 의미가 있다. 재보선에서 최소한 2대2 성과는 내야 이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고 설득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재보선 승패의 리트머스지인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온다면, 역관계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독대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당당하게 할 말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결국 재보선 선거 현장에 갈 때마다 계속해서 김 여사와 관련해 강한 발언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국민 민심’이 있다는 관측이다.
한 대표는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의 기소를 촉구한 듯한 기존 발언에 대해 “법과 원칙, 상식에 맞는 결과가 국민이 납득할만한 결과”라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반발하고 있는 당내 친윤계 일각을 향해 “국민이 법과 원칙, 상식에 반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말이냐”라고 ‘민심’을 근거로 반격하기도 했다.
자신이 법무부 장관으로 있을 때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결정을 지었어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시비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이 개별 사건에 관여하고 상세 내용을 보고받고 ‘이래라저래라’ 해야 한다는 것이냐”라며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을 착각하고 계시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이날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문제’ 등 재보선 현장에서의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서는 자신의 입장을 상세히 밝혔지만, 재보선 이후로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 대해서는 언급을 극도로 아꼈다. 이 또한 당면한 재보선에서의 승패가 독대보다 훨씬 중하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독대 문제와 관련해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특별히 얘기드릴 것이 없다”며 “(의제도) 미리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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