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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대금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티메프 경영진들이 구속의 그림자를 잠시 벗어나게 됐다. 법원은 피의자인 경영진들에 대해 범죄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핵심 인물들의 구속을 통해 관련 수사 속도를 높이려던 검찰은 오히려 수사가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생겼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영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달 1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를 받는 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구속 사유와 필요성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3인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구 대표에 대해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성격, 티메프 인수와 프라임서비스 개시 경과, 기업집단 내 자금 이동 및 비용 분담 경위, 위시 인수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동기와 과정 등에 비춰보면 피의자에게 범죄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류화현·류광진 티메프 대표에 대해서도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 피의자의 기업집단 내에서의 위치와 역할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재판부 입장에서는 경영적인 측면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로 유입된 돈을 다른 곳에 사용한 행위가 경영적인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 부분인지 등 다툴 쟁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심 경영진 3인이 모두 구속되면 피해자 구제와 뒷수습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준섭 법무법인 심 파트너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구속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도주 우려 가능성인데, 티메프 경영진들은 성실히 조사에 응했다”며 “재판부에서 증거인멸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본 만큼 검찰 측에서 증거를 더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구 대표 등 3인의 구속이 기각되자 검은우산 비대위(티메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우려를 표명했다. 비대위는 “재판부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구속영장 기각일 뿐 범죄사실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 진행을 부탁했다.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사태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하고 다수 피해자들의 피해상황 및 피해진술 청취 등 보강수사를 진행한 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영장 청구가 한 차례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 기세가 한풀 꺾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론의 지지를 통해 탄력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영장 기각이라는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에 검찰의 수사 셈법 또한 복잡해질 전망이다. 곽 변호사는 “기존의 내용을 똑같이 진술하면 영장을 재청구해도 소용이 없고 결국 추가적인 증거를 내야 한다”며 “봐야 할 회사 자료들이 방대한 만큼 짧은 시간 내에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구 대표 등 티메프 경영진은 1조 5950억 원 상당의 물품 판매와 관련한 정산 대금을 편취하고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회사에 692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위시’ 인수 대금 등으로 티몬·위메프 자금 671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구 대표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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