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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향으로 너무 오래 눕혀놓았던 탓일까. 태어난 지 5개월 된 민지(가명) 엄마는 아이를 볼 때마다 왼쪽보다 오른쪽 머리가 더 튀어나왔다고 느꼈다. 짝눈과 머리가 한쪽으로 기우는 사경 증상까지 나타나 병원을 찾은 결과 이름조차 생소한 ‘두개골 조기 유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11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두개골 조기유합증은 두개골의 성장이 일어나는 봉합선이 너무 일찍 붙어 머리 뼈와 뇌의 성장이 저해되는 선천성 질환이다. 이 병원 의료진은 머리 뼈를 여러 조각으로 잘라 재배치 시키는 기존 수술 대신, ‘신연기’라는 기구를 장착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민지는 수술 후 부모가 하루에 1mm씩 매일 신연기를 늘려준 지 두 달만에 수술 부위에 뼈가 자랐고 신연기 제거술을 받았다. 지금은 전체적인 두상 모양이 대칭을 이뤄 정상적으로 교정된 상태다.
서울아산병원 두개안면클리닉은 2005년 신연기 장치를 부착하는 수술을 개발한 후 20년간 140명 가량의 두개골 조기 유합증 환아들을 안전하게 치료하며 장기적인 효과를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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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직후 신생아의 두개골은 여러 개의 뼈로 나눠져 있다. 뼈가 만나는 부위인 봉합선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서서히 닫혀 두개골 뼈가 하나로 합쳐진다. 두개골 조기 유합증은 20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비대칭적인 외모 뿐 아니라 뇌 성장을 압박해 시력이나 지능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신생아 시기에 두개골을 잘라 재배치하는 기존 치료법은 출혈량도 많고 합병증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탓에 수술 부담이 컸다.
신연기를 이용한 두개골 성형술은 수술 후 보호자가 하루에 0.5~1.5mm씩 신연기를 돌려야 한다. 절개된 뼈 부위가 조금씩 벌어지면 그 틈에 새로운 뼈가 생기도록 유도하는 원리다. 정상 범위만큼 뼈가 성장한 이후 신연기를 제거하는 수술까지 진행하면 치료가 마무리된다.
서울아산병원 두개안면클리닉은 신연기를 이용한 두개골 성형술을 통해 기존 대비 수술 시간을 약 8시간에서 3시간으로 절반 이상 단축했다.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흉터나 합병증이 적어 더욱 안전하다. 출혈량이 크게 줄고 뇌에 가해지는 손상이 거의 없다. 신연기를 장착하는 기간은 기존 3개월에서 2개월까지 단축돼 회복도 빠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아의 평균 수술 시기는 생후 10개월이었다. 약 98%는 재발 없이 두개골이 대칭적으로 성장했으며 수술로 사망한 환아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발작이나 발달 지연 등 주요 합병증 발병률은 0%였다. 창상 지연, 뇌척수액 누수 등이 3% 발생했으나 모두 보존적 치료로 호전됐다. 무엇보다 수술 직후부터 외적 비대칭이 개선됐고 뇌 기저부의 비대칭까지 교정돼 10년 이상 추적한 결과 아이가 성장한 이후로도 얼굴뼈가 대칭적으로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를 인정 받아 미국성형외과학회의 국제학술지 ‘성형재건외과(Plastic and Reconstructive Surgery)’를 비롯한 SCI급 저널에 실린 논문은 10건이 넘는다. 최근에는 미국, 유럽에서도 이 수술법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두개골 조기 유합증은 한 개의 봉합선만 유합되거나 심하지 않은 경우 조기발견이 어렵다”며 “아이의 머리가 한 쪽만 더욱 크거나 심한 비대칭이 있는지 보호자가 많은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상준 서울아산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는 “어린 나이에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치료의 목적과 미용, 발달에 대한 부분을 다방면으로 고려해 치료 방법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두개안면클리닉은 소아신경외과와 성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긴밀한 협진 체계를 구축 중이다. 수술 전후로 소아안과, 소아치과, 소아의학유전학센터 등이 협진해 두개골 조기 유합증에 동반될 수 있는 증상을 다각도로 고려해 환아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치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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