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을 끝으로 5박 6일간 필리핀·싱가포르·라오스 순방을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한반도를 넘어 역내 평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순방에서 윤 대통령은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아세안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등 관계 강화에 매진했다. 필리핀과는 ‘바탄 원전’ 건설 타당성 조사 MOU를 체결해 원전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고 싱가포르와는 ‘공급망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경제 성과도 거뒀다.
이러한 경제 협력 외에도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북한의 이러한 위협이 한반도 정세는 물론 역내 평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짚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EAS 정상회의 발언에서 “오로지 정권의 안위를 위해 주민의 민생과 인권을 탄압하고 핵으로 같은 민족을 위협하는 북한의 행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평화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에 대해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 ‘통일 독트린’ 지지 호소
북한의 위협에 대한 실질적 대책도 논의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윤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첫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체계’를 계속 면밀히 가동해 나가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미사일의 발사 추정 지점부터 궤적, 예상 탄착 지점 등을 공유하는 것이다. 당장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북한의 위협 수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도발에 적극 대응 의지를 표한 것이다.
북한의 위협이 한반도를 넘어 역내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비단 당면한 문제를 대응하는 차원에서 머물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해법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렉처’ 연사로 나서 “자유 통일 한반도가 실현된다면 한반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통일이 이뤄지면 국가 간 신뢰가 회복되고, 이를 바탕으로 역내 경제 발전 동력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맥락에서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8·15 통일 독트린’은 ‘정보접근권’ 확대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에 대한 열망을 불어넣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통해 북한을 움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로 정보가 유입될 수 있는 루트가 다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싱가포르 렉처’ 질의응답에서 “통일을 준비하고 거기에 부합하는 행동을 꾸준히 실천해야 어떤 상황의 변화와 기회가 왔을 때 국제사회에 도움이 되는 그런 통일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1일 EAS 정상회의 발언을 통해서도 “북한 땅에 자유의 기운을 불어넣고 북한 주민들에게 바깥세상을 널리 알리며, 한반도의 자유 평화 통일을 모색해 나가는 길에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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