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동조합이 미스코리아 대회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사에 참여한 구성원 중 79%가 “대회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된 ‘2024 제68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딥페이크 영상 속 내가 더 매력적이라면, 진짜 나와의 갭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나와 한국일보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지부장 유환구)가 발행한 노보를 보면 한국일보는 사고가 터진 후, 지난달 26일부터 11일간 ‘미스코리아 대회 관련 조합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54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123명(79%)이 ‘한국일보는 미스코리아 대회 사업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일보지부 집행부와 성평등위원 등 총 6명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TF도 만들었다.
폐지해야 한다고 밝힌 응답자들은 “정론지 표방하면서 미스코리아 폐지가 당연하다는 여론을 못 읽는다는 건 납득이 안 된다. 시대착오적인 회사 사업 이참에 폐지하는 게 옳다. 여성을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부끄러운 일 그만하자”, “미스코리아 대회는 매년 논란이 되고 있다. 대회 유지로 얻는 수익보다 언론사 공정성 훼손, 신뢰 하락 등 누적된 피해가 훨씬 크다. 폐지 말고는 답이 없다”와 같은 의견을 냈다.
또 “구성원들 자존감 깎아내리고 창피하게 만들면서까지 이걸 유지한다면 회사가 최소한 사업성이나 경제성 증명이라도 해야 하고, 추가로 심사위원 뽑는 기준과 전체 심사위원 목록 공개해야 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여성을 위한 행사가 돼야 하지만 그런 행사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고로 폐지하거나 매각만이 답”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왜 여성들이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와 매력을 견줘야 하고, 그 매력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나. 여성을 외모로 순위 매긴다는, 이 대회의 그릇된 본질이 낳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대회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23명(15%)이었다. 9명(6%)은 ‘기타’ 의견을 냈다.
노조는 연차를 막론하고 폐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했다. 이번 설문에는 5년 차 미만이 19명(12%), 5~10년 차가 39명(25%), 10~15년 차 45명(29%), 15~20년 차가 26명(17%), 20년 차 이상이 26명(17%) 참여했는데, 10년 차 미만에선 ‘폐지’ 의견이 86%였고, 10~20년 차에선 74%, 20년 차 이상은 77%였다.
노조는 “우리의 요구는 간명하다. 경영진은 미스코리아 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이 사업과 구성원들과의 정서적 간극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경영진은 시대가 변했고 구성원들이 변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또한 이번 사고로 상처받은 구성원들에게 납득할 수 있는 후속 조치를 내놔야 한다. 경영진의 사과와 왜 이런 사고가 터진 것인지에 대한 경위 설명, 그리고 책임자 징계가 뒤따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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