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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 챙기듯이 본인 건강도 돌봐가며 하세요. 원장님이 건강해야 오래오래 진료 보실 것 아닙니까. ”
“허허. 듣고 보니 그렇네요. 제가 일러드린 코어 운동이랑 스트레칭도 매일 잘 하고 계시지요?”
“아무렴요. 아침저녁으로 30분씩 걷는 정도는 거뜬합니다. ”
추석 연휴를 앞두고 빼곡히 차있는 수술 일정을 소화하던 윤강준(사진) 강남베드로병원 대표원장(신경외과 전문의)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반가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올해 초 95세의 나이로 ‘양방향 내시경 척추수술’을 받고 고질병인 척추관 협착증을 성공적으로 치료한 서경제(가명)씨였다.
사람의 척추는 경추 7개, 흉추 12개, 요추 5개, 천추 5개, 미추 4개 등 총 33개의 척추뼈로 구성된다. 척추관(spinal canal)은 척추뼈 속에 신경(척수)이 지나가는 통로다. 흔히 디스크로 불리는 추간판과 척추뼈 앞뒤에 각각 위치한 추체, 추궁판으로 둘러싸여 있다. 여러 원인으로 이 부위가 좁아져 통증, 감각이상 같은 신경 증상을 일으키는 상태가 ‘척추관협착증’이다. 젤리 같은 디스크 물질이 신경을 누르는 허리 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와 달리 인대, 뼈, 관절 등이 비대해지거나 자라나와 척추관을 좁히고 신경을 눌러 발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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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했던 서씨는 2년 전쯤부터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증상이 심해져 삶의 재미를 잃었다. 2019년 처음으로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고 유명하다는 병원을 네다섯 곳이나 다녔지만 증상이 나아지기는 커녕 갈수록 악화된 탓이다. 정신이 또렷하고 잠도 잘 자는 데다 또래에 비해 소화력도 좋은 편인데 허리가 굽으니 버스 한 정거장 정도 거리를 걷기도 벅찼다. 서씨는 먹는 약이나 주사제로는 도통 나아지질 않으니 수술도 감수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고혈압을 앓으면서 뇌경색 약물을 복용한지 20년 가까이 되고 2021년 방광암 수술까지 받았다는 말을 들으면 다들 “수술은 어렵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씨가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서울행을 결심한 건 우연히 고령 환자의 척추수술에 특화된 병원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후 서씨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윤 원장의 첫마디는 “잘 오셨습니다”였다. 허리뼈(요추) 4번과 5번이 심하게 좁아져 있는데 내시경을 이용해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 원장이 내건 유일한 조건은 “수술 후 집에 돌아가서도 재활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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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씨가 받은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은 시술과 수술의 장점을 모두 갖춘 척추 치료법이다. 등 부위에 약 8mm 크기의 구멍 두 개를 뚫고 한쪽에는 고배율의 특수 내시경, 다른 한쪽에는 수술 기구를 삽입한 다음 신경이 지나가는 길을 넓혀준다. 상처가 작으니 통증이 적고 일상회복이 빠른데 양방향으로 구멍을 내기 때문에 비교적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1992년 신경외과로 개원한 강남베드로병원은 30여 년간 인공디스크 치환술 5000례, 척추관 협착증 치료를 위한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 3500례를 달성할 정도로 척추수술 임상 경험이 풍부하다. 특히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은 미국, 스위스, 중국, 멕시코 등지에서 매년 전문의들이 최신 술기와 노하우를 배우러 올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주변 관절과 인대가 두꺼워지는 등 퇴행성 변화가 주원인이다. 고령화와 함께 국내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7년 164만7147명에서 2021년 179만9328명으로 4년새 15만2181명(9.2%)이 증가했다. 척추관협착증 환자의 연령대별 구성비를 보면 전체 179만 9328명 중 70대가 31.4%(56만5096명)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30.8%(55만4551명), 80세 이상이 17.5%(31만4544명) 순이었다. 윤 원장이 95세 초고령 환자에게 선뜻 척추수술을 권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인공지능(AI) 내비게이션이다. 윤 원장은 “AI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면 환자별 신체 구조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고 출혈 위험 등을 줄일 수 있다”며 “수술시간이 15~20분 내외로 기존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80~90대 환자를 위해 더욱 정교하고 안전한 치료법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연구를 강조해 온 윤 원장의 고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진심이 통한 것일까. 입원 기간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재활센터를 찾았던 서씨는 퇴원 후에도 이따금씩 윤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근황을 전한다. ‘원장님 덕분에 허리를 쭉 펴고 잘 지낸다’는 고마움의 표현이다. 윤 원장은 “의료기술이 현저히 발달하고 젊어서부터 신체 컨디션이 잘 관리되어 수술 같이 적극적인 치료를 감당할 수 있는 고령 환자들이 많아졌다”며 “단지 나이 때문에 척추질환 치료를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고령 환자에게 수술을 진행하는 부담이 적은 것은 아니다. 여러 개의 기저 질환을 앓는 환자가 대부분인 만큼 안전성 확보를 위해 매번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강남베드로병원은 올해 3월부터 80세 이상 고령 환자의 수술 및 치료에 특화된 ‘고령 특화 치료전담(TF)’팀을 새롭게 꾸렸다. 각 진료과의 전문의가 논의해 치료 계획을 정밀하게 세워나가는 유기적 협진 체계 시스템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려는 취지다. 윤 원장은 “내 가족, 내 부모라고 생각하면 최신 술기와 치료법 연구를 게을리 할 수 없다”며 “치료가 까다로운 환자의 수술 성공 사례를 더욱 늘려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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