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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강 책 전부 매진입니다”…정오도 안 돼 텅 빈 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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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의 책들이 진열됐던 매대가 텅 비어있다./김채연 기자

“한강 작가의 소설 책을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만 갖고 있었는데 몇 권 더 사고 싶어서 꽤 일찍 나왔거든요, 그런데 한 발 늦었네요. 오픈런까지 해야될 줄은 몰랐어요.”

11일 오전 10시가 좀 넘은 시간 서울 강남 교보문고를 찾은 송모씨(25)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송씨는 “이렇게 텅 비어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노벨상 패키지로 나올 수도 있으니 좀 기다려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목동에 위치한 교보문고를 찾은 박모씨(35)도 “평소 한강 작가의 시와 소설을 좋아했는데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다른 작품을 사려고 왔다”며 “한국 문학 작품이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이 기쁘고 뭉클하다”고 전했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강 작가의 책을 구매하기 위해 이른바 ‘오픈런’까지 이어지는 등 서점가에 ‘한강 열풍’이 불고 있다.

실제 노벨상 수상 발표 후 반나절 사이 교보문고에서 6만부, 예스24에서 7만부 등 한강의 작품이 13만부나 팔려 나가면서 재고도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현재 교보문고와 예스24의 실시간 베스트셀러 1~9위에도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모두 한강의 작품이 올라있다. 특히 한강의 도서 판매량이 수상 발표 이후 451배 상승을 기록했다고 교보문고는 밝혔다.

한 강남 교보문고 직원에게 한강의 책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묻자 “한강 작가의 전 소설 모두 매진”이라며 “지금 구매하기 위해선 예약 주문만 가능하다. 3~4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서점에서도 “책이 없어 진열 자체를 못하고 있다”며 “어제 수상이 발표되고 오늘 아침까지도 문의가 쏟아졌다. 서고에 준비된 수량이 한정적이라 주말도 껴 있어 추가 입고 여부를 확정해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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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도서 검색대에 모든 한강 작가의 소설이 ‘재고 없음’으로 나와있다./김채연 기자

‘제2의 한강’을 꿈꾸는 미래 작가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이번 한강 작가의 수상을 두고 축하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홍모씨(31)는 “한강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꿈을 키웠다”고 회상했다. 홍씨는 “한 사람의 문예인으로서 한국 문단에서 이런 대단한 성과가 나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한국의 문화감수성을 세계적으로 공유하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문화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정선태 국민대학교 국문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노벨 문학상은 수상 작가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함께 문학 활동을 하는 수많은 시인들과 소설가들의 입지를 확장하는 데도 아주 많은 힘과 위력을 발휘한다”며 “노벨 문학상의 눈으로 그 지역의 문학을 보는 전 세계인들이 많기에 이제 한국 문학, 우리의 현대사의 상처들을 보는 눈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해지고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폭력과 싸워온 여성 작가 한강이 노벨상을 수상한 데에는 큰 의미가 있다”며 “노벨상 수상의 가장 큰 이유는 ‘문체미학’이다. 시적인 문체와 산문적인 문체가 예리하게 만나는 지점들을 한강의 소설들이 잘 보여주고 있고, 여백이 깊어 독자가 개입할 지점이 많다는 것도 한강 소설의 형식적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한강의 이번 수상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며 지난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받은 이후 두 번째 노벨상 수상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전날인 10일 한강의 수상 소식을 발표하며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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