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의 주인공 작가 한강의 수상 소식을 듣고 한 시인이 SNS에 올린 글이 이목을 끌고 있다.
시인 류근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글을 게재했다. 그는 한강에 관한 글을 11일 오전까지 무려 3개나 올렸는데, 해당 글들은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으로 퍼지고 있다.
류근이 한강에 관한 글을 처음 올린 건 지난 10일 오후 9시 30분께다.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공식 발표된 시각은 이날 오후 8시께다.
그는 “푸하하, 한강이라고? 첫 문장부터 막 행복했, 그런데 푸하하, 한강이라고? 고맙네, 뭐, 그의 감은 눈을 존경하네”라는 짧은 시를 올렸다.
이후 11일 오전 5시 55분 의미심장한 내용의 글을 또 올렸다. 해당 글을 통해 류근은 한강의 수상 소식에 복잡한 심경을 표현했다.
그는 “한강 선생이 노벨문학상 받았다고 하자 전 세계 일곱 명의 작가들이 그를 칭찬하기로 작정하였나. 어이고, 한강 소설 안 읽었으면서”라며 “우리 모아(반려견 이름)는 내가 ‘모아야, 한강 소설 안 읽은 닝겐들이 막 노벨문학상을 찬양하고 그러네’라고 말하자, ‘나도 안 읽었어’라고 저러한 표정으로”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 새벽에 한강 소설도 안 읽었으면서 그를 다 아는 것처럼 막 친한 척하면 안 된다. 그는 최소한 이승만의 양민 학살을, 울지도 않고 천천히 말한 작가다. 그러니까 교회에 가서 목사가 시키는 대로 할렐루야 외치는 좀비들이 사랑할 만한 작가는 아닌 것이지”라고 했다.
또 “우리는 얼마나 천박한가. 사실은 노벨문학상 잊힌 지가 언제인가. 심지어는 작년도 노벨문학상 작가가 누군지, 그 전년도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해마다 고은 선생 문 앞에서 줄 서던 기자들 어쩌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말고, 우리나라 일곱 명의 작가들이 한강의 수상 소식에 충격받았더라고. 웃기고 자빠졌네. 시대를, 시대의 모순을, 시대의 슬픔을 바라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작가, 그래서 나는 질타눈 불투(불타는 질투)에 활활 타서 이 새벽에 운다. 또 운다. ‘그래도 내가 한강보다 시를 잘 쓰는데…’라고 나한테 뭔가를 가르치면서, 운다. 외롭다”라고 마무리했다.
그로부터 약 3시간 뒤엔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 실린 시를 올렸다. 다음은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전문이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한강은 한국 작가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국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24년 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총평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 국회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노벨상 상금은 비과세하느냐’는 질의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렇게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한강은 13억 원이라는 상금을 세금 없이 받는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소득세법 시행령 18조는 ‘비과세되는 기타소득’으로 ‘노벨상 또는 외국 정부·국제기관·국제단체 기타 외국의 단체나 기금으로부터 받는 상을 받는 사람이 받는 상금과 부상’을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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