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우리나라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78일간의 북극 항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라온호가 싣고 온 북극 생물 생태계 및 극지 기후변화 현장의 생생한 기록은 향후 국내 과학 연구의 귀중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극지연구소(KOPRI)는 국내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15차 북극 연구항해를 마치고 지난달 30일 광양항에 도착했다고 11일 밝혔다. 아라온호는 지난 7월 15일 인천항을 출발, 북극 베링해와 동시베리아해, 추크치해 등에서 연구항해를 진행했다.
아라온호에 탑승한 양은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팀은 북위 77도에서 처음으로 오징어 유생(성체로 자라기 전 상태)을 채집, 북극해 고위도 지역에서의 오징어 서식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는 북극해 밖에 살던 해양생물들이 점차 북극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엔 대게를 다수 채집한 바 있다. 이번에는 오징어 채집 연구를 진행했다.
북위 74도를 항해할 때는 가로 350m, 세로 110m 크기의 대형 빙산과 만났다. 캐나다나 그린란드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태평양 쪽 북극해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다. 크기가 상당해 빙산이 녹을 경우 주변 해수의 염분을 떨어뜨려 북극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북극해 장기관측장비를 온전히 수거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라온호는 북극항해 때마다 북극해의 연간 변화를 관측하기 위해 계류장비를 설치하고 다음 해에 회수한다. 과거에는 해빙(바다얼음)이 배의 접근을 막거나 장비를 손상시켜 실패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올해는 해빙의 분포가 평년 대비 크게 줄었다.
하지만 해빙에 배를 정박하고 해빙 위에서 두께 등을 측정하는 해빙캠프 연구는 연구 지점 찾기에 애를 먹었다. 북위 79.5도에서 해빙캠프를 진행했는데, 지난해보다 북쪽으로 100km가량 이동한 위치이다. 대형 빙산의 등장과 해빙의 감소, 비북극권 해양생물의 출현 배경에는 지구온난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홍종국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팀도 해빙이 줄어든 틈을 타 북위 80도 위의 공해상에서 해저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곳은 지금까지 접근이 어려웠던 곳이다. 이번에 수집한 해저퇴적물은 과거 북극 환경을 복원하는 연구에서 핵심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극해 동시베리아해에서는 지난 탐사에서 찾은 메탄가스 방출 지점 하부의 지층구조를 확인하기 위한 지구물리탐사를 진행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온실기체다. 이번에 관측한 자료는 메탄 생성 원인과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메탄 양의 분석에 활용될 예정이다. 아라온호는 약 한 달간의 정비를 마치고 이달 말 남극으로 떠나게 된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아라온호는 2009년 첫 북극행 이후 지난 14번의 항해에서 보지 못했던 북극바다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돌아왔다”며 “관측하고 채집한 자료를 분석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 향상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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