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내려야” 발언 두고 여야 설전 이어
北 관계 “쓸데 없는 갈등 만들어 불편”
“웬 부자들 세금 깎아주느라 난리냐”
사법리스크 맞물려 조급한 모습 노출
10·16 재보궐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여러 발언을 둘러싼 논란들이 가중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사로 해석됐던 이 대표의 “끌어내려야” 발언을 두고 여야가 맞붙는 한편, 해외에 나가있는 교민들을 향해선 “‘너 한국 사람이지?’ 이러면 ‘아니요'(라고) 하고 싶다고 한다”는 발언을 하는 등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이 이 대표의 입을 통해 선거판에 등장하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전날부터 부산 금정·전남 영광을 1박 2일 일정으로 찾아 정권심판론을 강조했다.
특히 영광군수 재선이 이뤄지는 영광은 야3당이 선두다툼을 하면서, 재보선이 치러지는 4곳 중 야권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기존 영광군수 재선 판도는 민주당과 혁신당 간 양당구도로 여겨졌지만, 최근 진보당이 약진을 하면서 자칫 민주당의 텃밭이 진보당에 의해 흔들릴 수 있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중이다.
야3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는 등 판세를 좀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 대표가 ‘아무말 대잔치’를 하듯 유세 발언을 던지고 있다는 여권의 비판 역시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는 이 대표가 선거판에서의 조급함과 긴장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표는 10일 오전 영광군청사거리를 찾아 장세일 후보 지원유세를 하면서는 “전날(9일)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던데, ‘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2등으로 밀렸다, 오차범위 내긴 하지만’ 그런 보도가 있더라”라고 운을 뗐다. 이 대표는 “여론조사는 여론조사고 실제로 투표 많이 하는 쪽이 이기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중심이 돼서 대여 정권 심판 투쟁에 흐트러짐이 없도록 힘을 모아달라”라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지방 행정에 대해서 불간섭 원칙 폐지를 통해 지방자치에도 민주당의 정책과 정강 관철될 수 있도록 관리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태양광·풍력발전을 통한 햇빛 연금, 바람 연금이 영광군민들에게도 지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장세일 후보 지원사격에선 전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사 발언의 본심이 무엇인지를 둘러싼 여야 설전이 있었고, 이외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들이 이어졌던 만큼 완급 조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도 이 대표의 앞선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될 만큼 심각하다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발언을 둘러싼 ‘이틀차 설전’이 벌어졌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 지원 유세 도중 “여러분들이 좋은 사람을 뽑고 좋은 사람이 과연 제대로 일을 하는지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감시한 결과 일을 제대로 못하면 혼을 내고, 그래서 일 제대로 못해서 더 나은 사람이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믿어지면 선거에서 바꾸고, 선거를 기다릴 정도로 못될 만큼 심각하다 그러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 이제 바로 민주주의이고 이게 바로 대의정치 아니겠느냐”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 9일 전남 영광 방문에 앞서 있었던 부산 금정 유세에서 “대의민주주의는 대리인을 머슴으로 심부름꾼으로 일꾼으로 뽑고 잘하면 상 주고, 못하면 벌주고, 영 못 견디겠으면 도중에라도 바꾸고, 이게 대의민주주의고 우리 헌법이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 제도 아니냐. 이 당연한 얘기를 했더니 꼭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이상하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했다.
그는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는 것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머릿속에 딴생각이 가득 들어있으면 다른 사람이 멀쩡한 얘기를 해도 딴생각으로 해석한다. 다르게 듣고 다르게 말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탄핵 얘기를 한 적 없고 자기들끼리 막 탄핵 얘기를 하는데 나는 안 했다. 나는 그런 얘기를 한 적 없는데 여당에서 이상하게 내가 그 얘기했다고 우기더라”고 발끈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5선 중진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뻔뻔함은 가히 기네스북감”이라는 맹폭을 가했다.
이날 김 의원은 “지난 5일 공공연히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던 이 대표가 어제는 ‘탄핵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고 비판하면서 “이 대표는 ‘그런 얘기를 한 일이 없는데 여당에서 내가 했다고 우기더라’고 말하며,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도 했다. 이쯤 되면 돼지가 모욕적이라고 화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돼지가 말장난을 치며 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는 말은 들어본 바 없다”며 “가히 검사사칭 전과자다운 언행이며, 허위사실유포의 습벽이 있는 것 같다”고도 맞받았다.
앞서 9일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해당 발언을 두고 맞붙었는데, 같은 날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부산 금정을 방문한 한 대표는 이 대표의 당시 발언에 대해 “어떤 말을 했을 때 모든 사람이 똑같이 해석하면 그것이 맞는 것”이라며 “그런 거 우겨봐야 구질구질하지 않느냐”라고 꼬집었다. 또 “말해놓고 잘못된 말이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툭툭 털어버리는 것이 이 대표다운 것 아닐까”라며 “그게 무슨 뜻인지 우리 모두 알지 않느냐. 그게 아니라고 하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혁신당·진보당과 영광 3파전 등
‘1석’ 자칫 잃을 가능성 존재하고
11월 두개 혐의 1심 선고 앞둔 상황
재보선은 11~12일 사전투표
이 같은 설화는 지난 9일 정권심판론을 부각하며 이 대표가 쏟아냈던 주장들에서 집중해 나왔다. 이 대표는 이틀 연속 영광에서 장 후보를 지원했는데, 9일 지원 유세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오물 풍선을 언급하다 “왜 그런 쓸데없는 갈등을 만들어서 우리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느냐”라고 발언했다.
또 “강화도에 가보면 더 기가 찬다. 저 휴전선 저쪽에서 똑같이 확성기 대응한다고 남쪽을 향해서 방송 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건 사람 소리가 아니라 무슨 귀신 소리, 짐승 소리, 기계음 같은 전혀 규칙적이지 않은 굉음을 내서 사람이 살 수가 없다. 주민들이 밤잠을 못 자서 병이 난다. 가축들이 산란도 잘 못하고 새끼들을 사산한다고 한다. 왜 이렇게 만들어서 국민들 불안하게 하느냐”라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들을 소환한 뒤 “이런 불안한 나라에 외국 투자자들이 투자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경제를 망치고 평화를 망친다. 그리고 전 세계가 인정하던 모범적인 민주국가가 이제는 세상 사람들 조롱거리가 됐고 창피해서 못 살겠다고 한다”라며 “해외에 나가있는 교민들께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다고 한다. ‘너 한국 사람이지?’ 이러면 ‘아니요’ 이렇게 하고 싶다고 한다”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같은 연설에서는 “여러분이 낸 세금으로 나라 살림하는데 세금 여러분 위해서 써야 한다. 그런데 권력과 세금을 제대로 쓰고 있느냐”라고 묻기도 했다. 그는 “웬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느라고 그렇게 난리냐”라는 발언도 이어갔다.
이는 이 대표가 지속해 내세우는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을 통한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단 이재명 대표의 슬로건)을 강조한 것으로 읽히지만, 공교롭게도 당 지도부의 재보선 지원전이 이어지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 당론 결론 도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그동안 ‘부자감세’를 이유로 금투세 시행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반면, 이재명 대표는 8·18 전당대회를 거치며 금투세 완화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이 같은 언행의 연속과 관련해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이 영광에서 선전하고 있다. 곡성과 영광 중 한 석이라도 빼앗기면 사법리스크와 맞물려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연관성을 내다봤다.
신율 교수는 “사법리스크만 없어도 ‘기초단체장에서 한 석 졌다’의 의미에 사실 전력을 다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11월 15일 하고 25일 1심 선고가 있고 이 두 번에 걸친 사법리스크가 어떻게 나올지 자신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이 자칫 겹치면 (이재명 체제 흔들기가) 커지기 때문에 실제로 (이 대표가) 상당히 긴장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다음 달 15일과 25일 열흘 간격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을 앞두고 있으며, 검찰은 이 대표에게 각각 징역 2년과 3년을 구형했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 분수령을 앞둔 상황에서 자칫 정통적인 텃밭을 소수야당에 빼앗길 경우엔, 이 대표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기초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재보선 지역은 4곳(인천 강화군수, 부산 금정구청장, 전남 영광·곡성군수)으로 사전투표는 11~12일 이틀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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